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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 건너 간 나스닥, 환금성 낮은 비상장 지분…출구 잃은 큐텐 [투자360]
사업 리스크 노출, 큐익스프레스 해외 IPO 불가
구영배 회장 지분 38%, 원매자 등장 가능성↓
이커머스 매물 포화, 청구서 쥔 FI 예의주시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대금 정산 지연과 관련해 큐텐이 제시한 자구책을 두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구영배 대표가 큐텐(Qoo10 Pte. Ltd.) 경영권을 내놓겠다 했으나 환금성 낮은 비상장 지분으로 유동성 확충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커머스 매물이 포화된 상태에서 큐텐 지분을 ‘살 사람’이 등장할 개연성도 적다는 분석이다.

큐텐의 위기가 시장에 공표되면서 알짜 계열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도 불발돼 재무적 돌파구도 사라진 상황이다. 큐텐 측에 청구서를 들고 있던 재무적투자자(FI) 역시 손실 가능성에 노출됐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큐텐의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기업공개(IPO)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 지배주주인 큐텐의 오너리스크나 경영권 변동 가능성과 별개로 재무적 문제가 시장 전반에 알려진 탓이다. 물론 나스닥은 국내 거래소처럼 상장예비기업이 지배구조에 대해 정성적인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장은 아니다.

시장 관계자는 “나스닥 상장이 절차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도 IPO를 한다면 모든 잠재적인 리스크가 신고서에 기재되고 시장에 노출되는 만큼 투자자 모집을 위한 로드쇼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큐익스프레스가 나스닥 상장을 진행한다 해도 자금을 댈 투자자 자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큐텐에 속한 회사 중 유일하게 수익 창출 기대감을 가졌던 큐익스프레스마저 투자 가치가 사라지면서 ‘큐텐의 경영권 지분’이 시장성을 가질지도 미지수다. 앞서 30일 구 대표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현안질의에 출석해 “큐텐 지분 38%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사재를 활용해 회사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러나 비상장사인 큐텐 지분 38%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결국 이를 매수할 사람이 필요하다. 당장 처분할 수 없어 환금성이 낮고 원매자가 등장해도 높은 가치를 인정해줄지 낙관하기 어렵다. IB 업계에서 유동성이 가장 풍부하다고 평가 받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역시 이미 투자돼 있는 이커머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 관리도 버거운 상황이다.

당장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기다렸던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 코스톤아시아, IMM인베스트먼트 등 상당수 PE는 회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로 인해 인수합병 시장에 이커머스 매물은 쌓이고 살 사람 없는 분위기는 한층 심화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파급력을 보여줬던 전체 거래액 기반의 '매출액'의 허상이 드러나면서 FI는 투자를 기피하는 모습이다. 플랫폼에서 아무리 많은 거래가 이뤄져도 총매출에서 ‘정상적인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투자 경험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전략적투자자(SI)의 경우 외부 투자에 나설 실탄이 부족하다.

현재 이커머스 업계 현안으로는 오아시스와 컬리의 IPO가 있다. 투자금을 넣은 PE와 벤처캐피탈(VC)이 IPO로 엑시트를 대기 중이다. SK스퀘어의 11번가 FI 지분 콜옵션 포기, 신세계·이마트의 SSG닷컴 IPO 불발에 따른 FI 지분 풋옵션 대응 등 여러 이유로 신규 투자자를 기다리는 이커머스도 상당수다.

국내에서 주요 FI와 SI가 이커머스 투자에 몸 사리는 사이 구 대표만 유일하게 확장에 몰두했다. 플랫폼의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앞세웠다. 2022년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이듬해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 올해는 AK몰의 전자상거래 사업부, 북미와 유럽 기반 이커머스 업체 위시를 인수했다. 그러나 현금이 오고 간 거래는 위시 정도였으며 이마저도 티몬과 위메프의 현금을 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적 다툼의 소지도 생겼다.

구 대표는 큐텐의 확장에 집중하는 사이 ‘인수 이후 시너지’에 대한 전략은 간과한 모습이다. 결국 큐텐의 확장적 M&A는 현금흐름이 막히는 결론에 도달한 상태다. 서울회생법원은 티몬과 위메프가 신청한 기업회생에 따라 30일 재산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청산가치 산출, 회생 계획안 구상, 인가 전 M&A 등의 절차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큐텐 측의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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