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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형’ ISA 막차 알아보고 ‘美투자 똑똑이’ 된 2030…“국장은 답 없어” [투자360]
올 들어 ISA 개설 급증…2030 비중 전체 42% 넘어
ETF도 해외주식형 상품·배당 관련 종목에 집중 투자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 군 복무 중인 김 모씨(22세)는 최근 휴가를 나와 투자중개형 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개설했다. 그는 “의무보유 기간 3년이 부담스러웠지만 어치피 복무 기간 동안 당장 큰 돈 들어갈 일도 없어 일단 개설만 해둔 상태”라며 “전역 이후 2년 정도만 바짝 굴리면 만기고, 비과세 혜택도 최대로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이직한 사회초년생 이 모씨(31세)도 “직전 회사 연봉이 ‘서민형’ 가입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해서 (가입) 막차를 탔다”며 “앞으로 비과세 혜택을 채울 때까지 서민형 계좌를 연장하면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030 재테크 필수템 ‘ISA’=올 들어 20·30대 청년들이 일반형·서민형 전방위적으로 중개형 ISA를 빠르게 개설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체 중개형 ISA 가입자 중 20·30대 비중이 42.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초년생이 몰린 30대 가입자수는 약 104만2220명으로 50대(97만2297명)보다 많다. 전체 1위인 40대(23.9%)와의 격차도 단 0.2%포인트(6만명)에 그친다. 20대 가입자도 80만명(82만6466명)을 넘어섰다. 반면 신탁형은 20·30대가 약 19.6%, 일임형은 26.4%로 비중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신탁형·일임형과 달리 중개형 ISA는 국내 주식이나 ETF에 투자할 수 있어 가입자들이 몰렸다.

ISA 계좌는 ‘만능 통장’이라고 불린다. 예·적금부터 주식·채권·펀드·ETF는 물론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파생 상품까지 한데 담아 굴릴 수 있다. 특히 ‘절세 혜택’이 쏠쏠하다. 각 상품에서 얻은 손익을 통산해 순수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기 때문에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구조다. 세금에 민감하고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즐기는 20·30대에 알맞은 상품인 셈이다.

최근에는 사회초년생뿐만 아니라 고정적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ISA 개설이 인기라고 한다. 직전 연도 총급여 5000만원 또는 종합소득 3800만원 이하일 때는 ‘서민형’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민형이 누릴 수 있는 비과세 혜택 한도는 400만원으로 일반형(200만원)의 무려 2배에 달한다.

▶ETF도 ‘조기’ 이민 떠나요=ISA 계좌를 튼 20·30대들은 어디에 가장 많이 투자할까. 헤럴드경제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중개형 ISA를 보유한 삼성증권에 의뢰해 20·30세대의 자산운용 현황을 분석해 봤다. 그 결과, 해외주식형 ETF와 배당 관련 종목에 집중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로 우선주를 포함한 보유금액은 530억원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고배당 종목으로 꼽히는 인프라투자회사 맥쿼리인프라 투자금 역시 173억원 규모다.

ETF는 해외 선호가 특히 높았다. 상위 투자 종목 10개 중 7개가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와 나스닥100을 따르는 ‘TIGER 미국S&P500(2위·342억원)’·‘TIGER 미국 나스닥 100(5위·177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배당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토탈리턴(TR)형 2종(KODEX 미국S&P500TR·미국나스닥100TR)도 277억원에 달한다.

ISA 전체 고객의 주요 자산에는 NAVER·POSCO·SK텔레콤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20·30대는 이마저도 미국 ETF로 꽉 채웠다. 국내 상장 해외 주식형 ETF 투자시 매매차익과 배당금에 대한 세금(15.4%)을 아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청년층의 중개형 ISA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이었지만 현재 29.5세로 매년 낮아지는 추세”라며 “절세 혜택 극대화에 관심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공격적으로 투자하려는 성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들의 ISA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해외 주식 ETF는 43%, 국내주식 36% 등으로 투자자금의 79%를 주식형 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형 ETF와 현금성 자산은 총 8% 수준에 그친다.

▶“주식 배당금으로 노후 플랜 짜는 청년들”=배당 투자도 청년층 사이에서 새 트렌드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전체 투자자들의 상위 10위권에 든 배당 관련 종목은 단 2개에 그치지만 20·30대는 4개나 이름을 올렸다.

20·30대 ISA투자자들이 선호한 배당 ETF는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로 2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유명 배당성장 ETF인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퀴티(SCHD)’와 동일한 포트폴리오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분배율은 연 3.4%로 비교적 높지 않지만 지난 10년간 연평균 배당성장률이 약 13%에 이른다. ‘SOL미국배당다우존스’도 103억원어치 담았다.

월배당 ETF 대장주인 ‘TIGER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도 10위(95억원)를 기록했다. 해당 상품은 옵션 매도 비중을 조절해 주가 상승분을 일부 취하면서 분배율을 연 7%로 유지하도록 설계한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저금리 시대에서 사회초년생을 겪다보니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근로소득을 차곡히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결혼이나 주택구입 자금 등 종잣돈을 마련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안감이 크다는 것이다. 30대는 은퇴 후 자금 마련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배당투자로 ‘안전장치’를 보완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그간 우리나라에선 투자보다 저축을 많이 하는 게 마치 바람직한 투자 방법과 미덕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청년들은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재테크를 바라보려고 한다”면서 “특히 미국 주식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국내에서 누려보지 못한 꾸준히 배당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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