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경연난에 지분 담보 인정 어려울 듯
구영배 큐텐 대표. [큐텐 제공]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구영배 큐텐 대표가 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자산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 29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경영상 책임을 통감하며 그룹 차원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제 개인 재산까지 활용해 티몬과 위메프 양사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티몬과 위메프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일각에서는 구 대표가 사재 출연을 통한 사태 해결을 회피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30일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구 대표가 판매대금 지급을 위해 약속한 사재 출연을 즉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G마켓이 나스닥에 상장하고 2009년 이베이에 매각하면서 수천억 현금을 보유한 부자라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구 대표는 당시 개인 지분을 팔아 수백억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지금까지 두 차례 엑시트(투자금 회수)로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베이는 당시 G마켓 지분 34.31%를 4억1300만달러(당시 5500억원)에 인수했다. 이베이가 나머지 지분을 공개 매수할 때 구 대표도 700억원 이상에 달하는 보유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2018년 큐텐 재팬도 이베이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 대금은 이베이가 갖고 있던 큐텐 지분을 사들이는 데 일부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큐텐은 구 대표와 이베이가 51대 49로 합작해 설립됐으나 현재는 이베이 지분은 정리됐다.
구 대표는 2010년 큐텐 설립 이후 14년 동안 사업 확장 과정에서 개인 재산을 일부 투자해 현금 유동성이 낮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구 대표가 대중 앞에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 데다 큐텐을 싱가포르에 설립한 뒤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 활동해 정확한 개인 재산이 파악되진 않고 있다.
구 대표는 전날 오전 사재 출연을 약속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금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큐텐 지분 42.8%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 온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지분도 29.4% 보유하고 있다.
큐텐그룹 전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구 대표 보유 지분 가치는 담보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몬스터홀딩스(25.60%)와 원더홀딩스(18.00%) 등의 큐텐 2대 주주도 추가 투자를 주저하는 모양새다. 티몬·위메프가 현금화할 자산도 미정산 금액에 비해 못 미치는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 피해자들은 전날 구 대표가 사재출연 등으로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발표한 지 8시간 만에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하자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노를 표했다.
티몬·위메프는 그러나 거래 중단과 회원 이탈로 현금 흐름이 끊긴 상태에서 부득이하게 회생 신청을 했고, 사업 정상화를 도모해 장기간이 소요되더라도 최대한 채무를 변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티몬·위메프의 회생 신청 후 “구 대표가 사태 해결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mp125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