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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약한 체질에 실체 없는 돌려막기…이커머스 ‘티메프發 공포’
티몬·위메프 회생절차로 파산 기로
구영배의 꿈은 결국 판매자에 악몽

몸집 불리려 대금 돌려막기 ‘악순환’
“모니터링부터 정산체계 정비해야”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가운데 대주주인 구영배 큐텐 대표의 욕심이 화를 자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리한 몸집 불리기와 대금 돌려막기가 ‘줄도산 위기’를 키운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자본잠식 상태였던 큐텐은 2년간 5개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잇달아 매입했다.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성공을 위한 무리한 인수합병(M&A)이었다. 결국 구영배 대표의 꿈은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악몽’이 됐다.

G마켓을 창업한 구 대표는 업계에서 신화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인터파크 사내벤처에서 시작한 G마켓은 회사 설립 3년 만인 2006년 나스닥에 입성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G마켓은 상승세를 탔다. 2007년 연간 거래액 3조원을 달성하며 이커머스 업계의 왕좌에 올랐다. 구 대표는 2010년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했다.

구 대표는 2010년 싱가포르에 큐텐을 세우며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2011년 큐익스프레스를 설립했다. 다시 나스닥 상장을 꿈꾸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는 사업을 말레이시아, 중국, 일본 등 해외 각지로 확장했다. 2022년 티몬, 2023년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하며 국내에 진출했다. 인수한 이커머스의 물동량을 늘려 큐익스프레스의 몸집을 키우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문제는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부실기업을 인수하면서 화를 키웠다는 점이다. 인수 당시 티몬의 자본총액은 -6386억원, 위메프는 -2398억원이다. 2021년 큐텐 역시 누적 손실액이 4억1800만싱가포르달러(4313억6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유동성 문제가 심각했다.

그러나 티몬·위메프 인수 이후에도 몸집 불리기는 이어졌다. 구 대표는 2023년 인터파크커머스를 품었다. 올해 2월에는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를, 3월에는 온라인 쇼핑몰 AK몰을 인수했다.

구영배 큐텐 회장. [헤럴드경제DB]

결국 2300억원 규모의 위시를 인수한 것이 이번 사태의 촉매가 됐다. 대금 정산을 위한 자금 역시 바닥을 드러냈다. 티몬은 고객이 결제하면 대금을 보관했다가 판매자별 정산 일자에 맞춰 지급하는 형태였다. 물건이 판매되면 해당 월 말일을 기준으로 40일 이후 대금이 지급됐다. 제3의 금융기관에서 대금을 보관하고, 고객의 구매 확정 이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다른 이커머스와 달랐다.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금이 위시 등 인수 과정에 들어갔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큐텐은 지난 17일 판매자의 정산 문제가 커지자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전산 시스템 장애”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29일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부족한 자금과 돌려막기로 급급했던 이커머스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그리고 그 피해 규모는 1조원을 웃돌 것이란 추산이 이어졌다.

티몬과 위메프로 인해 기업 인수 과정에서 모니터링과 이커머스의 정산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정산 지역 사태가 일부 소규모 쇼핑몰로 옮겨가는 조짐도 감지된다. 실제 서울 강남 논현에 사무실을 둔 한 온라인 쇼핑몰은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을 통보했다. 해당 쇼핑몰에 입점한 판매자들도 정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온라인 플랫폼법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온라인 플랫폼 제정을 통해 플랫폼사의 돌려막기 영업과 문어발식 확장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전자상거래 소비자 피해자 규제 강화를 위한 상거래법 개정과 유통업법상 정산 주기 현실화 등 입법 필요성도 제기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시스템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기업 인수를 승인하는 과정에서도 기업의 재무 상황을 다각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임세준 기자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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