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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착순 안 시켰습니다” ‘얼차려’ 중대장 녹취록 공개…“유족에 거짓말”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혐의로 중대장(대위)이 지난달 21일 오전 강원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규정에 벗어난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27·대위)이 사고 직후 유가족에게 가혹행위를 축소한 정황이 담긴 녹취가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모 훈련병이 쓰러진 다음 날인 지난 5월 24일 유가족과 중대장 사이 이뤄진 대화의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중대장이 유가족에게 가혹행위를 축소해서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중대장은 연병장을 몇바퀴 돌게 했냐는 유가족의 질문에 "제가 지시한 것은 세 바퀴였다"고 답했다. 유가족이 선착순 방식으로 달리기를 시켰는지를 묻자 중대장은 "아닙니다"라며 "쓰러질 당시에 선착순 이런 걸 시키지 않았고 딱 세 바퀴만 열을 맞춰서, 제대로 맞춰서 같이 뛰어라, 이렇게 얘기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선착순 뜀걸음 1바퀴를 실시했고, 팔굽혀펴기와 뜀걸음 세 바퀴를 잇달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는 "이러한 중대장의 거짓말은 군의관에게도 똑같이 전달되었을 것"이라며 "군의관은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에 환자 상황을 보고하여 후송 지침을 하달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중대장은 유가족을 기만하면서까지 자기 죄를 숨기려고 했을 뿐 아니라 그 결과로 의료인들의 판단에 혼선을 빚고 초기 환자 후송에 악영향을 주는 등 박 훈련병의 사망에 여러 영향 요인을 끼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사죄 기회 달라”…중대장, 사건 25일만에 유족에 문자
지난달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현·전역 병사 부모들과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

한편 지난 23일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중대장은 박 훈련병이 쓰러진 날로부터 25일이 지난 뒤에야 유족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

A씨는 지난달 17일 보낸 메시지에서 "먼저 깊이 사죄 인사를 드린다. 병원에서 뵙고 그 이후 못 찾아뵈어 늘 죄송스러운 마음 가득하다. 한 번 부모님(유족)을 만나 뵙고 싶은데 괜찮으신가"라고 물었다.

이틀 뒤에는 "기사로 어머님이 작성하신 편지 확인했다"며 "정말 면목 없다. 편지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제가 그때 올바른 판단을 했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면서 계속 그날을 되뇌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이어 "지휘관이 규정에 어긋난 지시를 했는데도 군말 없이 이행해준 아드님과 유가족분들에게 사죄를 하고 싶은데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오늘 수료식은 아드님이 살아있다면 제일 기다려온 순간일 텐데 저로 인해 기쁜 날을 더욱 슬픈 날이 돼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경찰이 (중대장을) 형사 입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부모님을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가 왔다"며 "3일 뒤 구속영장 청구가 됐다고 하자 그날도 문자가 왔다. 저는 그런 미안한 감이나 진정이 없다고 믿는다. 25일이(25일만에야 연락하는 게) 뭐냐"고 한탄했다.

중대장과 부중대장(25·중위)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 훈련을 실시하면서 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박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학대치사, 직권남용가혹행위)로 지난 15일 구속기소됐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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