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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즘·트럼프 변수에...K-배터리·반도체, 美투자 속도조절
‘美 우선주의’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 고조
전기차 수요감소·IRA 보조금 변화 주시
배터리·반도체업계 투자중단 등 조정 검토
최태원 회장 “보조금 안주면 美투자 재고”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미시간주 랜싱 배터리 합작 3공장 랜더링 이미지 [얼티엄셀즈 제공]

미국 내에서 공격적으로 생산 기지를 확충해 온 국내 배터리·반도체 주요 기업들이 미국의 최근 정치 혼란과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침체기) 등의 여파로 잇따라 투자 속도 조절을 고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보조금 지원 등 조 바이든 정부의 정책 전반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기업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사전 대비에 나서는 상황이다.

▶캐즘에 ‘트럼프 리스크’까지...배터리 업계, 돌파구 고심=2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최근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짓고있는 ‘합작 3공장’의 건설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반적인 투자 속도 조절이 이뤄지고 있다”며 “공장 건설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인 운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얼티엄셀즈 3공장은 총 26억달러(약 3조6000억원)가 투입되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로, 2022년 착공해 올해 하반기 준공 예정이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캐즘 여파에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량을 줄이면서,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계획을 일부 수정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GM은 올해 전기차 생산량을 이전보다 5만대 적은 20만~25만대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포드 역시 전기차 대신 내연기관차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글로벌 전기차 선두주자로 꼽히는 테슬라도 멕시코 공장 신축 계획을 늦추기로 했다.

이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자 업계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IRA가 예정대로 시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IRA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과 모듈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이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700억원 규모의 수혜를 받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를 통해 “(재집권 시) 취임 첫날 전기차에 혜택을 주는 ‘전기차 의무명령’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SK온 역시 포드와 추진 중인 켄터키주 합작 2공장의 양산 시점을 2026년 이후로 미룬 바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각각 구축 중인 미국 현지 배터리 합작공장도 전략 수정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삼성SDI 역시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2개의 배터리 공장을, GM과 인디애나주 뉴 칼라일에 1개의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가동 시점이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보조금’향방 어디로...“현지 투자 계획 조절 불가피”=미국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공장을 짓기로 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 역시 ‘트럼프 리스크’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반도체 보조금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는 대만이 우리나라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달러를 주고 있다”며 “이제 그들은 그것도 나중에 다시 대만으로 가져가려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겨냥한 발언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도 남의 일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시에 400억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두 개를 짓는 대가로 지난 4월 64억달러의 보조금을 약속 받았다.

SK하이닉스 역시 4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고대역폭 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고, 미국 정부에 반도체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반도체 보조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한 법안인 만큼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오히려 인텔과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 지원을 우선시하는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만 강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조금 지급을 믿고 현지 투자를 결정한 국내 기업들로선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조금 정책이 폐기될 경우 현지 투자를 조정할 수 있다는 시그널도 나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9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에 “미국 인디애나 투자는 규모가 크지 않은 첨단 패키징 공장 건립이며, 아직 완전히 결정된 것도 아니다”며 “만약 미국이 보조금을 안준다면 (그때) 다시 (투자를)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김지윤·김현일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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