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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핵융합 상용화 가속화로 가는 길

30년 전 한국은 핵융합 후진국이자 불모지였다. 이론적 난제 해결과 실험적 장치 개발을 본격화했던 핵융합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인적·물적 토대가 취약했다. 하지만 1995년 시작된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장치 KSTAR 건설로 한국은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세계 최초의 고성능 플라즈마(H-모드) 운전 성공에 이은 102초간 연속 운전, 1억℃ 플라즈마 달성과 48초 운전 신기록 달성 등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도 달라졌다. 인류 최대의 프로젝트로 불리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에서 한국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중공업 기업들의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진공용기 등 ITER 장치의 핵심 부품들을 성공적으로 제작하고, 적기 조달하여 우수한 기술력을 보여주었다. 한때 ITER 국제기구의 핵심 보직을 맡는 등 사실상 ITER 건설을 한국이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눈부신 발전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제 우리는 새로운 위상과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핵융합을 둘러싼 주요 이슈와 에너지 안보 등과 관련한 국제적 역학 관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핵융합에너지의 조기 실현을 위한 핵융합에너지 가속화 전략을 발표했다. 핵융합은 물론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핵융합 가속화 전략은 더없이 반갑고 시의적절한 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핵융합 투자를 통해 축적한 기술과 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민·관 협력을 통한 기술 혁신, 산업화 기반 조성, 혁신생태계 육성 등의 전략과 핵심 과제를 도출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동시에 국내 유일의 핵융합 전문 출연연으로서 핵융합 가속화 전략을 앞장서서 구현해야 하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특히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연구원도 역할과 임무를 재정비하고, 대한민국의 핵융합 상용화와 에너지 안보 및 주권의 핵심축 도약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맬 것이다.

최우선 과제는 KSTAR 운전과 ITER 참여를 통해 확보한 역량을 실증과 상용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KSTAR 운전을 통해 확보한 고성능 플라즈마의 장시간 운전 기술과 디지털트윈 기법을 고도화하고, 여기에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을 접목해 핵융합로 운전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게 선결 조건이다. 여기에 더해 민간 협력, 국제 협력을 통해 고온초전도, 혁신 디버터, 블랑켓 등 차세대 핵융합 장치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강점을 살린 차별적이고 혁신적인 핵융합로의 설계와 더불어 건설을 위한 기반 연구 등도 신속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핵융합은 미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동시에 전 산업의 AI·디지털화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당장의 대체 에너지로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는 핵융합 기술 보유국이 에너지 강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핵융합 가속화 전략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대한민국이 에너지 강국으로 부상하는 날을 그려본다. 단순히 기대와 상상을 넘어 우리 손으로 그것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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