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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자녀 성인되고 10년 뒤엔 양육비 청구 불가”…판례 변경
대법 “청구권 생기지 않아도 소멸시효 진행”
소멸시효 진행하지 않는다고 본 기존 판례 변경
관계자 “자녀의 복리, 법적 안정성 적절히 조화”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자녀가 성인이 된 뒤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므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기존엔 당사자의 협의 등으로 구체적인 청구권이 성립하기 전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봤지만 판례가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오후,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쟁점인 사건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아 판례 변경이 필요한 사건 등을 판결한다.

이번에 소송을 낸 아내 A씨는 남편 B씨와 1984년에 이혼했다. A씨는 아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19년간 홀로 아들을 양육했다. B씨는 양육비를 한 번도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아들이 성년이 된 1993년부터 23년이 더 지난 2016년에 뒤늦게 B씨를 상대로 1억 2000만원 상당의 과거 양육비를 청구했다.

법적 쟁점은 ‘소멸시효가 지났는지’ 였다. 일반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사라지는데, 이를 소멸시효라고 한다. 2011년에 나온 기존 대법원 판례는 양육비 청구권을 예외적으로 봤다. 당사자 간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이 생기기 전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봤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6단독 윤권원 판사는 2018년 1월, 과거 양육비를 6000만원으로 인정하며 A씨 측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양육비 지급에 대한 협의가 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남편 B씨의 주장을 기각한 결과였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 사이에 양육비 지급에 관한 협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묵시적 합의가 성립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과거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반면 2심은 A씨 패소로 판결했다.

2심을 맡은 수원지법 가사항고2부(부장 엄상섭)는 “양육비 청구권이 구체화되기 전엔 언제까지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은 자녀가 성년이 된 1993년부터 10년이 훨씬 경과한 뒤인 2016년에 비로소 제기됐으므로 시효가 소멸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도 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과거 양육비에 대한 권리는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부턴 구체적인 청구권이 생기기 전이라도, 독립하여 완전한 재산권이 된다고 할 수 있다”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존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사람이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한 사람보다 훨씬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부조리한 결과가 생긴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의 과거 양육비 청구는 자녀가 성인이 된 때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뒤에 이뤄졌으므로 이미 시효가 소멸했다”며 “원심(2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권영준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남겼다.

노정희·김상환·노태악·오경미·신숙희 대법관 등 5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남겼다. 반대의견을 남긴 대법관들은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자녀가 성년이 됐다는 사정만으로 달라진다고 할 수 없다”며 “기존 대법원 판례가 타당하다”고 했다.

이번 판결의 의의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자녀의 복리와 법적 안정성이라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 및 타당성을 적절히 조화시켰다”고 설명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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