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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의 전달력 C+’ 교수 평가사이트…대법 “명예훼손 아냐”
서울대 A교수 “인격권 침해”
1·2심 A교수 패소
대법원, 2심 판결 확정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대학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를 제공한 온라인 사이트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보의 공익성이 인정된다는 취지에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서울대 교수 A씨가 대학 평가 사이트 김박사넷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김박사넷 측 승소로 판결한 원심(2심)에 대해 수긍하며 판결을 확정했다.

김박사넷은 국내 주요대학 대학원 교수 등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제공했다. 등급은 교수인품, 실질인건비, 논문지도력, 강의전달력, 연구실분위기 등 5가지 지표였다. 각 지표별로 A+부터 F까지 나뉘어 오각형 그래프 형태로 제공됐다.

사이트는 각 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입력한 정보로 운영됐다. 정보를 입력하려면 해당 대학의 메일 계정을 통해 본인이 재학생 또는 졸업생임을 인증받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사건은 서울대 교수 A씨가 김박사넷의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발생했다. A씨는 자신의 정보 자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박사넷 측은 A씨의 이름, 이메일, 사진을 삭제하고 한줄평을 블락 처리했으나 그래프 삭제는 거부했다. A씨는 김박사넷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본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위자료 1000만원과 웹페이지 자체에 대한 삭제를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김박사넷 측 승소로 판결했다. 교수에 대한 정보의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부장 이동욱)는 2019년 9월, A교수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그래프는 학생들이 직접 입력한 평가를 수치화한 것”이라며 “연구비 부정 사용, 대학원생에 대한 권한 사적 남용 등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대학원 연구 환경에 관한 정보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그래프의 위법성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고, 그래프 삭제 요청 거부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박사넷 측이 그래프 삭제를 거부했다고 해서 A교수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여지가 없다”며 “모욕 역시 A교수에 대한 판단이나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13민사부(부장 김용빈)는 2020년 5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정보 수요자의 입장에선 교수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다방면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교수의 평가결과도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김박사넷 운영을 통해 A교수의 인격권이 침해됐다는 주장은 이유가 없다”며 “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교수가 상고하며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대법원의 판단 역시 같았다.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 보장과 인격권 보호라는 두 법익이 충돌할 땐 각각의 가치를 비교 형량해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한다”며 “타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원심(2심)은 A교수의 공적인 존재로서 지위, 정보의 공익성 등을 고려했을 때 A교수의 인격권이 위법하게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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