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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대출보다 더 늘었다” 은행 중소기업 대출 ‘한계치’…부실 위험 더 높아
“가계대출 16조원 늘었는데” 중소기업 대출 올해 21조원↑
여신 부문 중 연체율 ‘최고’…주담대보다 2.6배 높아
상환여력 악화…영업이익으로 이자 못내는 기업이 절반
은행은 옥석 가리기 돌입…하반기 순익 악화 우려도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최근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올들어 중소기업 대출의 증가세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수익 창출이 어려워진 은행들이 기업대출 영업에 총력을 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중소기업 대출의 건전성이 여신 분야에서 가장 급격히 악화하며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담대보다 더 늘어난 중소기업 대출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52조4661억원으로 전년 말(630조8855억원)과 비교해 21조5806억원(3.4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692조4094억원에서 708조5723억원으로 16조1629억원(2.33%)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중소기업 대출보다 증가폭이 적었다.

특히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중소법인 대출에서만 16조3583억원(5.25%) 늘어나며, 가계대출 증가세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증가 속도를 보였다. 다만 전체 중소기업 대출에서 절반가량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319조4936억원에서 324조7159억원으로 5조2223억원(1.6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은행권이 올해 기업고객을 중심으로 대출자산 확대 전략을 추진한 결과다.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이어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경쟁이 격화하며 가계대출 수익성이 줄어들자,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경쟁을 이어간 것이다. 실제 상반기 중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약 136조원에서 158조원으로 22조원 가량 불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회사채 수요가 회복되고 있어 대기업 대출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선 은행 대출 외의 자금 확보 방안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회사채 순매수 규모는 16조5002억원으로 전년도(12조6025억원)와 비교해 4조원 가량 늘었다. 또 대기업 대출 금리를 앞다퉈 낮추는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서 은행들은 대출 수요가 여전한 중소법인 차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안내문.[연합]

은행권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의 경우 주요 은행들이 모두 금리 경쟁에 뛰어들며 수익성 자체가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며 “다소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의 경우 은행 대출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에 가계대출이나 대기업 대출에 비해 수익화에 조금 더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연체율도 최고 수준…은행권은 ‘옥석 가리기’ 돌입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 내 가게에 점포정리 관련 안내가 붙어있다.

문제는 중소법인 대출의 건전성이 전체 여신 중 가장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은행 중소기업 연체율은 0.66%로 3월 말(0.58%)과 비교해 0.08%포인트 올랐다. 심지어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중소법인 연체율은 0.61%에서 0.7%로 오르며 전 영역에서 가장 빠른 연체율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 중인 주택담보대출(0.26%)과 비교해 2.6배 이상 높은 수치다. 가계대출 전체 연체율은 0.4%로 같은 기간 0.03%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고금리·고환율 때문에 중소법인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상환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1을 하회하는 이자보상배율 취약기업 비중은 2022년말 37.5%에서 2023년말 41.4%로 빠르게 상승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55.2%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4 서울경기밀리언쇼 농특산품&우수중소기업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연합]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에서도 부랴부랴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4월부터 14조원 규모의 본부 특별금리 승인제도를 도입, 우량 고객을 중심으로 한 기업대출 영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이달부터 수익성이 낮은 기업에 대해 대출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몸집 불리기보다 알짜 고객 모시기에 집중해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하반기를 기점으로 매번 최고 기록을 갱신했던 은행권 이익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건전성 악화의 영향으로 유일한 수익 창출 수단이었던 기업대출 영업 축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가계대출 축소 압박마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 성장 측면에 있어서는 이전과 같은 속도를 보이기 힘들 수 있다”면서도 “하반기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하 강도 등에 따라 수익 창출 전략도 재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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