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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덤 스포츠화가 목표”…380억대 불법도박 벌인 일당 200여명 검거
시드권 유통·간접 베팅으로 홀덤 대회 개최
대회사 대표 김씨·직원·딜러 등 216명 검거
“홀덤의 스포츠화 목표”…합법처럼 홍보하기도
홀덤 대회 홍보 포스터 [서울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합법 대회를 가장해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대형 호텔 등에서 불법으로 ‘홀덤 대회’를 개최한 일당 200여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최근 2년여간 이들이 판매한 대회 참가권(시드권) 판매액은 380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불법 도박과는 다르다’, ‘홀덤의 스포츠화가 목표’라며 참가자들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대형 호텔에서 공개적으로 대회를 개최해, 홀덤 대회가 마치 합법인 것처럼 홍보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지난 2022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2년간 수도권 소재 호텔 등에서 홀덤 대회를 개최한 대회사 대표 40대 남성 김모 씨 등 대회 주최측 총 216명을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김씨와 직원 2명은 지난달 초 구속됐으며 나머지 213명은 오는 12일 불구속 송치될 예정이다. 이들 일당은 도박장소개설, 대회 홍보, 시드권 거래 담당 등 업무를 나눠 맡아 조직적으로 범행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홀덤펍은 ‘홀덤(포커의 한 종류)’과 ‘펍(pub)’의 합성어로 입장료를 받고 게임 장소와 칩을 제공하며 주류 등을 판매하는 업소다. 홀덤펍에서 단순히 칩 등을 받고 즐기고 끝내면 불법이 아니지만, 게임을 통해 획득한 칩이나 시드권, 포인트 등을 현금·현물·암호화폐 등으로 환전하는 행위는 불법에 해당한다. 대회사 대표 김씨 등 12명은 시드권을 발행해 대회 참가를 희망하는 개인이나 홀덤펍 등에게 판매하고, 이를 바탕으로 380억원 상당의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도박장소개설 혐의)를 받는다.

시드권 간접 베팅 구조 [서울경찰청 제공]

불법과 합법의 경계 사이에서 대담하게 공개적으로 홀덤펍을 운영한 일당들의 범행 수법은 이렇다. 먼저 김씨는 개인 혹은 개별 홀덤펍에 시드권 1장 당 10만원 가량의 가격을 받고 팔아 선(先) 자금을 확보했다. 김씨로부터 시드권을 구매한 개인은 홀덤 대회 개최 시 공지되는 시드권 제출 수량(1~50장)을 모아 대회에 참가하거나 인터넷 메신저 오픈채팅방 등지에서 개인 간 거래를 통해 1장당 9~10만원씩 매도하며 현금화했다.

김씨 대회사와 제휴·가맹계약을 체결한 홀덤펍은 방문객들로부터 참가비(시드권)를 받고 자체 홀덤 게임을 열어 승자에게 상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김씨로부터 구매한 시드권을 지급했다. 김씨가 발행한 시드권은 경제적인 가치를 지닌 재화로서 유통됐으며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씨는 이같이 시드권을 ‘간접 베팅’하는 구조의 도박장소를 홀덤 대회로 가장해 설계한 뒤 부당이익을 취했다. 지난해 6월 김씨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시드권 50장을 제출해야 참가할 수 있는 홀덤 대회를 열고 참가자 206명으로부터 시가 10억3000만원 상당의 시드권 1만여장을 참가비 명목으로 제출받았다. 이후 토너먼트 방식의 ‘텍사스 홀덤’ 게임을 진행하게 하고 상금 총 8억2400만원을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

또 2022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서울·인천·경기 등 소재 호텔에서 총 47회에 걸쳐 홀덤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시드권 판매대금의 80%는 상금으로 책정해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대회사 수익으로 산정해 편취했다. 김씨가 판매한 홀덤 대회 시드권을 상금으로 걸고 홀덤펍 내에서 유료 게임을 운영한 업주와 딜러, 대회 홍보자, 시드권 판매상, 시드권 거래 앱 운영자 등 총 200여명은 도박장소개설방조 혐의로 검거됐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참가해 1등을 할 수 있는 게임’, ‘재물을 거는 행위가 없어 불법 도박과 다르다’, ‘홀덤의 스포츠화를 목표로 한다’ 등의 광고를 하고 대형 호텔에서 공개적으로 대회를 여는 등 마치 홀덤 대회가 합법인 것처럼 홍보하기도 했다.

경찰은 범죄로 얻은 부당이득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대회사 운영수익 약 46억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하고, 임대차보증금 1억원 및 차량 1대를 몰수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재산적 가치가 있는 시드권 등을 제출하고 홀덤 게임에 참여해 상금을 나누는 행위는 그 자체로 도박에 해당한다”며 “홀덤펍은 현금화가 가능한 시드권을 상금으로 하는 게임을 진행해서는 안 되고, 참가자들도 위와 같은 행위가 도박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향후 불법 도박 대회에 연루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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