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논의에 시작한 최저임금위원회가 27.8%의 격차 줄이기에 돌입한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1만2600원을 제시한 반면 경영계는 올해와 동일한 9860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들로부터 각각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을 받았다. 그 결과 근로자위원은 올해보다 27.8% 인상한 시간당 1만2600원, 사용자위원은 올해와 동일한 시간당 9860원을 제시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격차는 27.8%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2일 7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반대 15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내년에도 ‘단일임금’으로 결정키로 의결한 바 있다.
다만 사용자위원들은 업종별 구분적용이 무산된 만큼 내년 최저임금은 현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업종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이 부작용 없이 운영되기 위한 적정 수준의 상한을 중위임금의 60%라고 하는데 현행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65.8%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저임금 근로자보다 더 취약계층인 은퇴한 고령자, 미숙련 근로자, 청년, 경력단절여성의 경우 최저임금 수준이 높으면 취업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용자 측은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후 17번의 동결안과 3번의 삭감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근로자위원들은 올해보다 27.8% 인상된 1만2600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해 지난해 가계 실질임금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제공한 심의 자료만 보더라도 비혼 단신 노동자의 생계비는 월 245만원이 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우리 경제는 1.4% 성장했지만, 세금, 대출 이자 등을 내고 남은 가계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1.2% 쪼그들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지난해 1인 이상 가구의 식료품 지출은 39만원으로 가계 지출 중 먹거리 비용을 나타내는 지표인 엥지수는 14.2%수준으로 2019년의 13.5%를 크게 웃돈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격차가 27.8%에 달하는 만큼 이인재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이날 노사 양측에 수정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 차례 수정안 제시로는 노사 양측이 제시한 요구안의 격차를 좁히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무려 11차 수정안(노동계 1만원-경영계 9860원)이 제시된 이후에야 표결이 진행됐다.
한편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2.5%로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최저임금(9860원)에서 140원(1.4%)만 올라도 1만원을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