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샘 올트먼(왼쪽 위 첫 번째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앤디 재시 아마존 CEO, 웨이저자 TSMC 회장, 젠슨 황 엔디비아 CEO, 팻 겔싱어 인텔 CEO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랩 캡처, SK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지난달 22일 출국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간의 미국 장기 출장을 마쳤다. 그룹 사업을 재편하는 ‘리밸런싱’(재구조화) 변곡점에서 최 회장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인텔의 최고경영자(CEO)를 차례로 만났다. 앞서 4월 엔비디아, 6월 TSMC의 수장과 회동한 것까지 합치면 글로벌 6대 정보기술(IT) 대기업, 이른바 ‘빅테크’와 연이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이는 글로벌 AI 산업을 이끄는 빅테크와의 인공지능(AI)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이를 통해 큰 그림을 확보한 SK가 AI 사업 세부 전략을 발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접 공개한 주요 빅테크 CEO와의 회동 외에도 AI, 반도체와 관련한 현지 산업계, 학계 관계자와의 만남을 분 단위로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회장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만난 후 MS, 아마존 방문을 위해 워싱턴주 시애틀로 이동했다가 다시 샌프란시스코 인근 새너제이의 인텔 본사를 찾는 등 미국을 종횡으로 누비며 밀도 있는 일정을 이어갔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의 이번 출장은 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SK텔레콤 ‘에이닷’으로 확인된 SK의 AI 사업 가능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구체화해 AI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무게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 DB]

AI는 사업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는 SK그룹의 최대 화두다. 미래 성장을 위해 ‘AI 반도체’로 불리는 HBM 등 하드웨어와 AI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개인비서와 같은 AI 서비스를 아우르는 토탈 AI 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최 회장은 보고 있다. 그룹의 또 다른 축인 에너지 사업도 AI 시대에 대비한 맞춤형 전력 솔루션을 제시하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며 그룹이 보유한 역량을 활용한 ‘AI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SK 제공]

최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동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그룹 AI 사업의 양대 축인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이 각각 인프라, 서비스 분야에서 주요 빅테크와 협업해 리더십을 갖추겠다는 게 SK의 구상이다.

차세대 HBM과 관련해 SK하이닉스는 ▷TSMC와 패키징 ▷엔비디아와 기술 혁신 ▷인텔과 제조 혁신에서 힘을 합친다. SK텔레콤은 ▷오픈AI, 아마존과 AI 서비스 협력 ▷ MS와 AI 서비스 및 데이터센터 협력을 각각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최 회장은 이들 빅테크 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서 SK가 반도체 소재부터 제조, 서비스 구현까지 AI 생태계를 모두 구현할 역량을 갖췄다고 강조하며 SK와의 협력이 빅테크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적극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SK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는 AI, 반도체 분야를 적극 육성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