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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색 맞추기용’ 이란 개혁파 후보의 깜짝승리…페제스키안은 누구[세모금]
개혁파지만 신중하고 절제된 접근법
북서부 소수민족 출신…교통사고로 아내·아들 잃어
핵합의 복원, 제재 완화 약속했지만 한계
마수드 페제스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자 [신화]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란의 제 14대 대통령 선거에서 개혁 온건파 후보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예상을 깨고 최종 승리했다. 페제시키안은 대선 투표율을 높여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이란 신정 당국의 의도로 온건 개혁파로선 유일하게 후보군에 포함됐지만 변화를 바라는 이란 국민들의 표심을 모아 승리했다. 신중한 성격의 페제시키안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맞서다 몰락했던 이전 개혁파 대통령들의 선례를 참고해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내무부는 전날 치러진 결선투표 개표 결과 페제시키안 후보가 유효투표 중 1638만4000여표(54.8%)를 얻어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1차 투표에서 후보 3명 중 유일한 개혁 성향으로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했던 그는 결선에서도 강경파 사이드 잘릴리 후보를 약 285만표 차이로 누르고 최종 당선됐다.

지난 5월 불의의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이번 대선에서 당선된 페제시키안 당선자는 남은 라이시 전 대통령의 임기와 관계없이 오는 2028년까지 4년 간 대통령 직을 맡게 된다. 앞서 이란 헌법 수호위원회가 새 대통령의 임기에 대해 4년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페제시키안 당선자는 당선 소감에서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우정의 손길을 내밀 것”이라며 “국가의 발전을 위해 모든 사람을 활용해야 한다”며 정치적 화합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제스키안에 대해 “정치 인생 동안 절제되고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며 거물급 온건파가 정치 무대에서 쫓겨나는 동안에도 살아남은 인물”이라며 “그가 출마를 허용 받았다는 것은 이란의 기득권층이 그를 안전한 선택으로 여겼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1954년 이란 북서부 마하바드 지역에서 소수민족인 아제르바이잔계 아버지와 쿠르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페제스키안은 1980년대 타브리즈 의대에서 일반의학 학위아 일반의 자격을 얻었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최전선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1994년 심장 외과 의사이자 지역 병원장으로 일하던 도중 교통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뒤 재혼하지 홀로 남은 아들 둘과 딸을 키웠다. 선거 운동 기간 딸과 함께 유세를 다녔는데 이는 상대 후보인 잘릴리의 독단적인 이미지와 대조를 이루는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2008년 의회에 입성한 페제스키안은 2009년 강경파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을 비판하는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에 대해 “사람들을 야생동물 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2022년 22세였던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일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때 독립 조직을 꾸려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도 이란 체제의 핵심이자 보수 진영의 기반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대해선 일관되게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했고 권력서열 1위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향해서도 공개적으로 충성을 표시했다.

선거운동과정에서 서방과 관계 개선을 통한 핵합의(JCPOA) 복원과 경제 제재 완화, 히잡 단속 합리화 등 개혁적이고 유연한 공약을 내세웠지만 공약이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이란의 대통령이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고위급 인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만 안보와 군사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리 바에즈 크라이시스그룹 이사는 “페제시키안은 구체적인 공약을 약속하는 대신 대통령이 직면할 수 있는 한계를 인정하면서 통치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독특하다”며 “이란 국민들이 그에게 표를 던진 것은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보다는 더 나빠질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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