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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패션의 유행은 어디서 시작될까

올여름 가장 유행하는 아이템을 하나만 추천한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링거 티를 제안한다. 링거 티란 목둘레와 소매 끝 라인의 색을 다르게 하여 포인트를 준 티셔츠를 말한다. 조금만 검색해 봐도 링거 티를 입은 뉴진스, 권은비, 잔나비 등 수많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의 사진이 뉴스와 웹페이지에 쏟아진다.

이런 대세 아이템, 유행하는 스타일 같은 건 도대체 어디서 시작될까. 저절로 생기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철저히 계산되어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걸까. 유행을 타는 옷, 기왕 입더라도 이유는 알고 입자.

패션 회사에서 옷을 만드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트렌드를 조사하고 지난 시즌에 잘 팔렸던 품목을 분석해 방향을 정하면, 거기에 맞게 디자인이 된다. 이후 최종 출시할 제품을 선정한 후 공장에 생산을 맡기고 최종 입고되면 그제야 판매가 시작되는데, 이 일련의 과정은 적어도 몇 달, 길게는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1년 뒤에 유행할 스타일을 어떻게 예측해서 디자인과 기획을 할까. 사실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판매 분석을 제외한 외부요인이나 트렌드를 볼 때 아래의 몇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첫 번째는 컬렉션 브랜드들이 만드는 대세감을 따른다. 앞서 일반 브랜드들이 6개월에서 1년에 앞서 출시할 제품을 기획한다고 했는데 파리, 뉴욕, 런던, 밀라노의 4대 패션위크에서 패션쇼를 여는 컬렉션 브랜드는 여기에 1년을 더 앞서 기획한다.

이 컬렉션 브랜드들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패션위크의 쇼에서 선보여지는 스타일을 분석해 트렌드 자료가 되고 결국 이 자료를 참고해 기획하는 경우가 많다. 올드머니, Y2K, 빈티지 등으로 대변되는 요즈음의 트렌드 또한 지난해 패션위크에서 보여졌던 스타일에서 세분화되고 확산된 것이다. 링거 티 또한 이러한 무드 아래 몇몇 브랜드에서 보였던 스타일이다.

두 번째, 갑자기 뜨는 건 없다. 포털 사이트 검색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링거 티’ 키워드는 지난 2022년부터 조금씩 증가해 오다 올해 평년 검색량의 다섯 배가 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이는 첫 번째 이유와도 맞물리는데 1970~80년대에 유행하며 빈티지 마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히 소비되어 왔던 링거 티가 Y2K와 빈티지 무드가 도래했던 2년 전부터 조금씩 회자되며 이목을 끌어왔던 것이다.

여기에 마지막 이유이기도 한 유행에 조금 더 민감하고 발 빠른 셀럽들이 먼저 이런 스타일을 입기 시작하며 대중적인 확산을 이끈다. 링거 티의 경우에도 지난해 제니가 먼저 입은 것이 분명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올해 이런 흐름과 셀럽까지 눈여겨보던 몇몇 브랜드가 선제적으로 준비했을 것이고, 빠른 디자인과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조금 작은 브랜드들이 대응하며 대세감을 더했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많이 보이는 것 같지만 그 스타일이 내 시야에 들어오기까지는 2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여기에는 생각보다 더 먼 곳에서 시작된 누군가의 의도와 노력이 있다. 평범한 티셔츠에 링 모양의 색을 추가하는 단순한 작업 그 이상으로.

지승렬 패션칼럼니스트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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