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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홍 칼럼] 9.19합의 보다 근본은 ‘평양공동선언’

휴전선 부근에서 군의 포사격 훈련이 이번 주 재개된다. 2018년 남북 9.19 군사합의서 체결로 중지된지 6년만이다. 정부는 지난달 4일 국무회의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에 크게 기여한 남북 9.19 군사합의서의 전면적 효력정지를 의결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21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하자 다음날인 22일 9.19 합의서 위반이라며 해당 조항인 1조3항에 대해 효력을 정지시켰다. 그러자 북한은 23일 즉각 반발하며 9.19 합의서 전체의 파기를 선언했다. 9.19 군사합의는 이렇게 남북이 숨도 고르지 않고 하루만에 즉각 치고 받는 식으로 파기된 것이다.

남북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 후 보름만에 지난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북러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 이 ‘북러 조약’은 중국 쪽의 논평처럼 “주권국가로서 할 수 있는 양자의 일”임에도 한국 국민들은 위협적인 안보상황 아래서 불안하기만 하다. 9.19 군사합의가 파기된 후 북러가 준군사동맹으로 밀착했기 때문이다.

심각하게 국민불안을 야기한 9.19 군사합의 파기의 단초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군사정찰 위성을 쏘아올린 후 그에 대한 정부의 대응조치로 나오며 비롯됐다. 정부는 그것이 9.19 군사합의 1조3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부분적 효력정지를 결정했었다. 해당 조항을 보면, “쌍방은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들의 비행금지 구역을 다음과 같이 설정한다”고 돼 있고 ‘고정익항공기’와 ‘회전익항공기’로 명시해 놓았다. 전문가 일각에서 “북한이 쏘아 올린 정찰위성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남북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 또 하나의 중요한 시비거리는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이다. 북한 측은 대남 오물풍선이 남한의 탈북민 단체가 먼저 대북 전단을 살포했기 때문에 한 대응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0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입법과 그 후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두고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강화, 파주, 김포, 철원 등 북한 접경지역 주민들은 “표현의 자유가 접경지 주민들의 안전과 권리보다 더 우선시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탈북민의 표현 자유를 보호하려다 경기 강원 접경지 주민의 안전과 평화가 깨지는 꼴이 돼 버린 것이다.

9.19 군사합의서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해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문서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세계에 생중계된 방송을 통해 육성으로 직접 비핵화 실천을 확약했다. 이는 남북관계사 뿐만 아니라 세계 국가간 정상회담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언명한 것이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는 이른바 불가역적 약속이었다. 9.19 군사합의의 모법에 해당하는 평양공동선언은 1조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으로 시작해서 중간에 민족경제의 발전을 거쳐 5조 ‘한반도의 비핵화’로 마무리했다. 맨끝 6조에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명문화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엄청난 진전”이라는 트윗을 날렸다. 남북이 9.19 합의를 감정적으로 파기했다고 해도, 더 근원적 문서인 평양공동선언을 소중히 여기고 실천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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