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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너지는 자영업자...연체율 21개월만에 3배 증가
한은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
자영업자 연체율 1분기 1.52%로 ↑
고금리에 소득 줄어 이자 감당 못해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고 있다. 경제 성장 대비 민간의 빚 규모는 감소 흐름을 보였지만, 여전히 경제규모의 두 배가 넘는다. 우리나라가 2년간 번 돈을 전부 끌어모아도 빚을 다 갚을 수 없단 얘기다.

이 가운데 이자와 원금이 밀리는 이들은 증가세다. 가계의 대출 연체율은 2016년 이후 8년래 최고고, 기업이 못갚은 대출 비율도 2012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다.

특히 민간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2년도 안되는 기간 3배가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악화를 빚으로 견뎌낸 자영업자가 고금리·고물가를 견디지 못하고 급속도로 무너지는 것으로 읽힌다. ▶관련기사 4·18면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부채+기업부채)의 비율은 206.2%였다. 2분기 연속 감소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2020년 4분기 200.6%로 올라선 뒤, 여전히 200%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민간의 빚이 경제규모의 두 배를 계속 상회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용이 좋지 않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은 개선됐으나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체감 경기의 바로미터인 자영업자의 사정이 좋지 않다. 1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1055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1년 전보다 2.1%가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 1.6%)과 비교하면 증가속도가 여전히 더 빠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0.50%에서 2024년 1분기 1.52%로 상승했다. 새롭게 대출을 연체하는 자영업자 차주가 크게 늘었다. 금리가 상승했지만 소득은 늘지 않으면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증가한 것이다.

1분기 자영업자 신규 연체진입률은 1.52%에 달했다. 2021년 4분기 0.47%에서 3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연체차주의 1인당 평균 연체액은 1억400만원에서 1억2200만원으로 1800만원 가량 늘었다.

가계와 대비하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자영업자의 신규 연체진입률이 높아졌는지 알 수 있다. 가계 신규 연체진입률은 2021년 4분기 0.43%에서 1분기 0.63%로 비교적 소폭 증가했다. 자영업자 연체차주 수 비중도 이에 2022년 1분기 1.57%에서 올해 1분기 4.20%로 늘었다. 1.72%에서 2.31%로 증가한 가계보다 증가속도가 훨씬 빠르다.

곧 연체를 할 가능성이 큰 취약차주도 자영업자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자영업자 취약차주 비중은 1분기 12.7%를 기록했다. 가계 취약차주 비중은 6.4%였다.

이는 서비스업 경기가 2022년 하반기 이후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년동기대비 서비스업생산지수 증가율은 2022년 2분기 12.2%에서 같은 해 4분기 10.0%로 떨어졌고, 2023년 4분기엔 3.0%까지 급락했다.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부진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주된 담보대출 대상이 상업용부동산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 상업용 부동산의 단위면적(㎡)당 평균 매매가격이 2022년 2분기 기준 약 621만원에서 2023년 4분기 560만원까지 하락했다.

앞으로도 연체율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도미노 채권 부실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한은은 당분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연체율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금융당국이 적극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은은 “금융당국은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이밖에도 가계 및 자영업자 차주의 재무건전성 변화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 또한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적 안정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올 5월 기준 15.9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주의단계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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