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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업비밀누설’ 삼성전자 2차 협력업체 직원, 대법서 유죄 판단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1심 유죄, 2심 무죄
대법,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대법원[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영업비밀누설 혐의를 받은 삼성전자 2차 협력업체 직원에게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판단했다. 앞서 2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누설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한 사건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무죄 판결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삼성전자 2차 협력업체인 코스모텍에서 생산부 직원으로 근무했다. 갤럭시 시리즈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방수 점착제 생산을 담당했다. 당시 A씨는 영업비밀인 ‘점착제 원료계량 및 제조지시서’를 8회에 걸쳐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 및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스모텍에서 퇴사한 A씨는 2016년 9월, 다른 중소기업으로 이직했다. 이때 A씨는 휴대전화로 촬영했던 제조지시서를 이용해 점착제의 시제품을 만든 혐의를 받았다. 3개월 뒤 A씨는 다른 회사로 또 이직했는데, 여기서도 시제품을 만들어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A씨를 영업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제3자에게 누설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었다. 경력 직원으로 입사한 A씨에게 시제품 제조를 지시한 기술연구소장들도 공범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무죄를 주장했다.

A씨는 “해당 자료가 대외비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이어 “업무상 편의를 위해 사진을 찍었을 뿐 영업비밀을 누설할 목적이 없었다”며 “경력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했을 뿐 시제품을 생산한 적도 없다”고 했다. 기술연구소장들도 “경력직으로 채용된 A씨에게 ‘할 수 있는 것을 한 번 해보라’고 했을 뿐 영업비밀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 홍성욱 판사는 2019년 11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기술연구소장들에게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자료는 피해 회사가 상당한 비용,시간,노력을 투자해 얻은 것으로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A씨의 동료직원들은 ‘비밀임을 인식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피해 회사의 유력 제품들에 대한 자료를 본인의 새 직장에서 활영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 영업권을 빼앗자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음에도 반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해 회사가 납품가 인하 등 상당한 경제적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심에선 판결이 뒤집혔다. 전원 무죄가 선고됐다. 2심을 맡은 대전지법 4형사부(부장 구창모)는 2022년 10월, A씨와 기술연구소장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촬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자료에 대외비 도장이 찍혀있지 않았고, 서류를 생산부서장에게 반납하는 절차가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심은 기술연구소장들에 대해서도 “우연한 기회에 제조방법을 알게 돼 이를 이용한 것으로 보일 뿐 이들이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제조방법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에선 다시 유죄 취지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원심(2심)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해당 자료엔 제품별로 제조를 위한 개별 원료의 명칭, 투입 원료의 수량과 비율, 제조 공정에 관한 지시사항과 주의사항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며 “이는 피해 회사를 통하지 않고선 통상 입수할 수 없는 정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기술연구소장들에 대해 “피해 회사와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다”며 “피해 회사의 허락 없이 사용하거나 취득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정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은 A씨가 만든 시제품을 피해 회사의 거래처에 제공하며 ‘피해 회사의 제품과 같은 성능을 가졌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했을 때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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