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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솔사계'영호의 현명함, 영수의 허무함, 현숙의 영리함…배울게 많았던 연애학습서[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20일 종영한 ENA와 SBS Plus의 ‘나솔사계’는 남녀가 만나서 연애를 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많은 상황들이 드러났다. 가히 연애학습서 같은 회차였다고도 볼 수 있다. 연애는 하지 않고 '연애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파민을 얻는 MZ들에게 가장 배울만한 게 많은 연애수업이었다.

이 상황들을 통해 몇 가지 짚어보고 검토해봐야 할 점들이 있다. 그리고 질문을 던져야할 게 있다. 필자가 거론하고 싶은 걸 몇가지 추려보겠다.

우선 18기 영호의 현명함이다. 인기남인 18기 영호에게는 계속 두 여자가 접근했다. 하지만 8기 옥순에게는 생각이 없다고 입장을 정리하고 15기 정숙에게 집중했다. 8기 옥순에게 이렇게 하는 건 가혹한 게 아니다. 그것을 가혹하다고 생각했다가 우유부단함이 된다. 그렇게 되면 상대가 하루만 아프면 될 것을 길게 아프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해서 18기 영호와 15기 정숙은 혼란 속에서도 최종 커플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런데도 8기 옥순이 18기 영호를 선택했다는 점은 나쁜 그림이 아니다. 18기 영호는 8기 옥순에게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러니 세 사람 모두 솔직했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18기 영호를 선택한 8기 옥순의 용기도 결과와 상관없이 좋았다. 많은 미혼남들이 TV를 통해 시원하고 멋진 그녀를 봤다. 더불어 18기 영호는 더욱 인기를 얻은 셈이다.

반면, 6기 영수는 15기 현숙과 17기 영숙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버렸다. 6기 영수는 3박 4일이 너무 짧았다고 했다. 그러면 그 기간을 알차게 써야지. 과음을 해 "어제 기억이 안 난다"며 하루를 완전히 버리는 '낭비'를 하다니. 6박 7일을 준다해도 잘할 것 같지 않다. 6기 영수는 시간을 알차게 쓴 18기 영호의 현명함을 배워야 한다.

또 하나, 6기 영수가 명심해야 할 사항은 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상대가 있다. 그런데도 자기 혼자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식이다. 서로 통하는 과정이 없다. 6기 영수는 여성에게 인기가 있을 타입이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인기남이 될 수 없다.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 한다. 희망고문을 하면 안된다.

6기 영수는 끝까지 상대에게 모호한 자세를 취하다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고 반전매력을 갖고 있다며 15기 현숙을 선택했다. 하지만 15기 현숙은 영리했다. 그런 6기 영수를 선택하지 않았던 것. 나는 15기 현숙이 6기 영수를 최종 선택하지 않는 '반전'을 보여줄때, 살짝 통쾌했다.

15기 현숙은 "(6기 영수님이) 그 사람이 너무 좋으면 어쩔 줄 몰라 하고 계속 찾아가고 표현하는 모습을 6기 방송에서 다 봤는데 여기에선 안 그러셨다. 저에 대한 마음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느꼈다. 나는 그런 연애를 하고싶지 않다”고 6기 영수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 말만 봐도 6기 영수가 얼마나 상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만으로 마지막날까지 왔는지를 알 수 있다.

17기 영숙은 좋아하는 남자를 얻기 위해서는 다그치는 느낌을 주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종반전에 오면 6기 영수가 두 여자 중 한 명으로 노선을 정리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남자에게 계속 "마음을 정했냐? 뭐라도 할 말이 없냐"라고 질문하면 의미가 없다. 차라리 편안하게 해주는 게 낫다. 17기 영숙은 6기 영수에게 "‘안 변할 것 같다’고 했는데 안 변했으면 안 변했다고, 변했으면 변했다고 말을 해주든가”라고 그의 미온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그렇게 되면 쌍방의 대화가 발전하지 못한다. 답답해진 17기 영숙이 “저한테 궁금한 것은 없냐?”라고 말했는데, 6기 영수는 “대화를 이미 많이 해서, 대화 안 하고 같이 있어도 좋은데”라며 멋쩍게 웃었다. 6기 영수의 이 말을 듣고 나면 17기 영숙은 더 답답했을 거다. 혹을 떼려다 더 붙인 격이다. 이 말은 서로 완전히 짝을 이루고 안정감을 얻고나서 해야 될 소리다. 상대는 큰 혼란을 느끼고 있는데 대화를 안해도 좋다니. 17기 영숙은 공부는 잘하지만 연애의 기술은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17기 영수는 왜 인기가 없을까? 이 질문도 이번 '연애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토해봐야 할 사항이다. 얼굴도 잘 생긴 편이고 건강해 보이며 학력과 직장(S전자 반도체 연구원)도 좋은데, 왜 여성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단순히 임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까? 매력이 없어서? 성격 때문일까?

'나솔' 17기 때도 17기 영수가 여성에게 인기가 없는 게 의아했는데, 이번에 참가한 여성들 중에서도 17기 영수를 선택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평소 밝고 텐션이 높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던 15기 정숙이 가장 어두운 표정을 보여주었을 때도 17기 영수와 함께 1대 1 데이트할 때였다.

물론 그 일차적 이유는 15기 정숙이 좋아하는 18기 영호가 8기 옥순과 데이트를 나가자 불안해졌기 때문이지만, 마지막까지 커플 형성에 변수가 있는 '연프'의 이성과의 데이트에서 그런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는 건 2순위로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여기까지는 팩트이거나 팩트에서 유추한 내용이다. 하지만 나는 이 마지막 질문에는 답할 능력이 없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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