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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 자루처럼 방치” 인도인 팔 절단사고뒤 숨졌다…伊총리 “야만적 처사” 분노
伊농장서 일하던 인도인, 사고후 방치돼 숨져
경찰, 농장주 아들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조사
인도인 이주 노동자 싱이 일했던 라티나의 한 농장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이 야만적 처사에 엄중한 처벌이 있기를 바란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이탈리아 로마 남부에 있는 라티나 지역에서 발생한 비인도적 이주 노동자 사망 사건에 현지 사회는 물론, 총리까지 나서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라티나의 한 농장의 멜론 비닐하우스에서 사남싱(31)이 기계 작업을 하다 오른팔이 절단됐다.

현지 매체들은 사고 당시 싱은 트랙터에 부착된 비닐 포장기에 팔이 빨려 들어갔고, 팔이 절단된 일 외에 하반신에도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고 전했다.

당장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받아야했지만, 고용주는 그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그의 아내가 경찰에 신고했고,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싱은 여전히 자기 집 앞 도로에 팔이 잘린 채 방치돼 있었다.

절단된 팔은 과일 상자에 담겨져 있었다고 한다.

싱은 뒤늦게 로마의 산 카를로 포를랄리니 병원으로 옮겨져 수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 주재 중 이번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것은 이탈리아 국민에게 걸맞지 않는 비인도적 행위"라며 "이 야만적 처사에 엄중한 처벌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이탈리아의 마리나 칼데로네 노동부 장관도 "진정으로 야만적인 행위"라며 책임자들이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PD)도 이번 사건을 "문명의 패배"라고 규정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경찰은 싱을 집 밖에 방치한 것으로 알려진 로바토의 아들을 과실치사, 작업장 안전규정 위반, 피해자 구조 의무 불이행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이번 일로 현지 사회가 들끓고 있다.

농업과 식품가공 산업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 FLAI-CGIL의 프로시노네-라티나 지부 사무총장인 라우라 하딥 카우르는 "경악스러운 건 인도 노동자가 구조되지 않고 집 근처에 버려졌다는 것"이라며 "그의 아내가 (고용주에게)병원에 데려가달라고 간청했는데도 싱은 누더기 자루처럼, 쓰레기 자루처럼 길에 방치됐다"고 비판했다.

인도에서 3년 전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에 온 싱은 합법적 근로계약서 없이 시간당 5유로(약 7500원)를 받고 이곳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언론매체도 이번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농장주인 렌조 로바토는 이번 사건에 대해 슬픔을 표했지만, 싱의 부주의로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로바이토는 "기계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듣지 않았다"며 "안타깝게도 부주의 때문이었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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