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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이대·중대서도 ‘영리목적’ 카데바 강의?…일부선 해외 ‘카데바’ 관광까지
이대서울병원·중앙대 의대서도 카데바 강의 후 인증서 발급
사설 교육업체, 베트남·필리핀 등에서 카데바 해부 상품 내놓기도
복지부, “카데바 영리 목적 이용, 전국 의대 전수조사 하겠다”
비의료인인 헬스트레이너 등이 이대서울병원(왼쪽)과 중앙대 의대(오른쪽)에서 카데바 유료 해부학 강의를 듣고 받은 인증서. [인스타그램 등 캡처]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카데바’를 헬스 트레이너, 필라테스 강사 등 비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유료 해부학 강의에 사용한다는 사설 업체들이 최근 가톨릭대·연세대 등과 얽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대서울병원과 중앙대 의대에서도 이 같은 강의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카데바를 활용한 강의는 통상 필라테스나 헬스 트레이너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업체가 대학병원에 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업체들은 국내 대학병원 뿐 아니라 해외에서 카데바 실습에 참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200만원 상당으로 홍보하기도 하고 있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 2023년과 2015년 각각 이대서울병원과 중앙대 의대에서 헬스 트레이너와 필라테스 강사 등이 카데바를 활용한 해부학 강의를 듣고 후기를 남긴 글이 발견됐다. 자신을 ‘헬스트레이너’라고 밝히며 후기를 남긴 강의 수강생은 “카데바 실습 장소는 발산역에 위치한 이대서울병원”이라며 “사람마다 구조나 근육의 상태가 다르다고 해서 기회가 될 때 (해부학 강의를) 많이 들어야겠다”는 후기를 남겼다. 해당 글에는 이대서울병원 마크가 새겨진 인증서도 함께 게시됐다.

2015년 5월 경에는 중앙대 의대에서 강의를 들은 헬스 트레이너가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게재된 인증서에는 “2015년 5월 23일부터 24일까지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에서 실시하는 해부학 연수회 기초과정에 참여해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였으므로 이 증서를 수여한다”고 적혀있었다. 이 글을 적은 수강생은 “기능 해부학을 마스터하신 강사님들에게는 (카데바 해부 실습을) 추천”한다고 남겼다.

중앙대는 이런 의혹에 대해 “당시 의료융합정보협회로부터 해부실습에 대한 참관신청이 들어와 진행한 건”이라며 “외부 참관신청은 내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15년 이후로는 외부단체의 참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대서울병원 관계자는 “비의료인 상대로 교육을 진행해서 한 건 전혀 없고, 업체와 협약을 맺어서 교육을 한 적도 없다”며 부인했다.

국내에서 비의료인을 대상으로 카데바를 활용한 강의는 보통 필라테스·헬스트레이너를 대상으로 가르치는 사설 교육업체가 대학병원에 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년 전 가톨릭 성모병원에서 카데바 활용 해부학 강의를 들었다는 필라테스 강사 A씨는 “모 협회가 ‘세미나’라고 소개해서 강의를 들었고, 교육과정 중에 포함돼 있어 거의 무조건 들어야 한다고 했다”며 “그 협회에서 강의를 들을 병원을 지정해서 알려줬고, 강의료로 80만원 정도 냈었다”고 설명했다.

한 업체는 직접 카데바를 해부할 수 있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홍보 중이다. [인스타그램 캡처]

필라테스 강사·헬스트레이너 등을 대상으로 한 사설 교육업체들은 몇 해 전부터 국내 대학병원뿐 아니라 해외에서 카데바 실습에 참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판 한 업체는 2013년부터 진행해온 수업이라며 중국 상해의 중의약 대학교에서 인당 220만원을 내면 직접 메스를 들어 카데바를 잘라보고, 촉진도 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카데바를 직접 실습한 한 웨이트 트레이너는 “등, 상완, 전완, 목, 허벅지, 종아리, 발, 심지어 내장까지 직접 한층 한층 해부하며 2구의 시신으로 사람마다의 차이를 비교하고 실습을 하니 더욱 도움이 많이 됐다”는 후기를 남겼다. 또 다른 필라테스 강사는 “직접 메스를 들고 해부를 해보니 너무 다르다”며 “심도 있게 잘 설명해줘서 전신 구석 구석 재미있게 해부하고 왔다”고 남겼다. 이와 같은 해외 카데바 실습 강의는 여러 업체에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미국 등지에서 진행되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논란이 계속되자 17일 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을 포함한 전국 63개 의대에 영리 목적의 시신 해부 참관 교육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또 최근 3년 간의 해부 교육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전수 조사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영리 목적의 시신 활용 금지 명확화, 해부 관련 심의 의무화 및 참관 가능 범위 등을 포함해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도 개정할 계획이다. 현행법(시체해부법)에서 해부 행위 자체는 자격이 제한돼 있지만 참관에는 제한 규정이 없어 유료 카데바 강의는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시신 기증자와 유족의 의사를 고려했을 때 영리 목적의 해부 참관 수업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개정 계획을 밝힌 것이다. 다만 해외에서 이뤄지는 카데바 실습 교육은 규제하기 어렵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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