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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차 차이나 쇼크와 과유불급의 지혜 [여한구 글로벌 호라이즌]
중국계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의 미국내 사업권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 4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의회를 통과했다.이 법안은 틱톡 모회사인 중국기업 바이트댄스에 270일(대통령이 90일 연장 가능) 안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도록 하며, 기간내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서비스가 금지된다.

워싱턴의 사이노포비아(Sinophobia)

미 대선을 5개월 앞두고 그 어느때보다 분열되고 대립된 워싱턴 정치지형하에서 유일하게 민주, 공화 양당의 이해가 일치하는 이슈가 있다면 그것은 대중(對中) 강경책이다. 1950년대 이후 냉전 시대의 소련, 1980년대 일본 경제의 도전을 받으면서도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 주도의 세계 정치경제체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소련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글로벌 경제 영향력이 크고, 일본과는 달리 정치, 경제체제가 서구의 가치시스템과 다른 중국이라는 전무후무한 헤게모니 경쟁 상대를 만난 워싱턴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 즉, 사이노포비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깊다.

최근 워싱턴에서 수개월간 진행되어 온 대중 제재는 전방위적이다. 수년간의 논쟁 끝에 미국인 1.5억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중국앱 틱톡 제재법안이 마침내 미 의회를 통과했다. 미국 항구를 잠식한 중국산 크레인들이 중국에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 통신장치를 장착하고 있다는 것이 의회 조사결과 밝혀지고, 미 정부는 2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미국산 크레인으로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미츠이 상사의 미국 자회사가 이 계약을 따냈다. 이어 중국산 전기차 등 커넥티드카의 국가안보 위협에 대한 조사가 상무부 주도로 시작됐다. 전기차의 특성상 운전자의 각종 개인정보와 데이터가 수집되어 제작사에게 보내지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약 1억명이 넘게 시청한 슈퍼볼 게임에서는 중국산 이커머스 테무가 4-5번에 걸쳐 반복적인 광고를 내보내며 큰 관심을 끌었다. 반면, 이런 공격적 마케팅은 미 의회의 경계심을 자극해 중국산 이커머스의 저가공습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본격 논의중이다. 최근 미국 내 거의 모든 통상, 산업, 경제정책의 근저에는 이 “중국 팩터”가 깔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승전 “중국”인 셈이다.

중국산 과잉공급(oever-capacity)을 둘러싼 미중 대결

최근 이러한 미중 패권경쟁의 중심에 있는 것이 중국산 공급과잉 논쟁이다. 미국은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있어 중국의 공급과잉 및 저가 수출로 인한 미국의 산업피해를 우려한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중국산 저가 공산품의 공습으로 제조업 공동화, 실업 등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던 제1차 차이나 쇼크를 이번에는 되풀이하면 안 된다는 결기가 강하다. G7(주요 7개국) 등 주요 파트너국가들이 함께 제2차 차이나 쇼크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난 3월 중국 양회에서 발표된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 위주의 성장, 즉 국내 소비와 서비스 산업의 균형 발전이 아닌 정부 주도의 첨단기술 제조업 투자 및 수출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중국 내부의 문제점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한다. 5월에 발표된 미 무역법 301조에 따른 중국산 철강,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 구형 반도체 , 의약품 등에 대한 25~100 퍼센트 관세 부과는 제2차 차이나 쇼크를 선제적으로 막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명확한 의지 표현이라 하겠다.

이에 대해 중국은 고전 경제학의 기본 명제를 들어 공급과잉론을 부인한다. 19세기 자유무역 경제이론을 집대성한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에 따라 중국산 제품이 더 효율적이고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 더 잘 팔리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의 성공은 100여개 넘는 제조사들의 상상을 초월한 치열한 경쟁과 혁신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논리에 따르자면, 국내 자동차 생산의 80%, 50% 이상을 수출하는 독일과 일본, 국내 생산의 대부분을 수출하는 미국의 보잉, 유럽 에어버스도 공급과잉 아니냐라고 비판한다. 또한 중국 전기차는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되며,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기차의 글로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이므로, 세계는 오히려 중국산 전기차의 공급 증가와 글로벌 탄소중립 가속화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공급과잉 이슈가 미중간의 이슈로 과도하게 정치화되고 과열된 양상이지만 어느쪽의 주장이 객관적인 팩트와 분석에 가까운지? 유럽, 한국, 일본, 글로벌 사우스 등 제3국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특히, 미중 경쟁의 지정학적 단층면에 위치한 우리나라에게 이 공급과잉 관련한 균형된 분석과 입장 정립은 매우 중요하다.

중국 장쑤성 난징시 공자사에 있는 공자상. 중국이 국내 수요와 공급간에 심각한 불균형으로 발생한 과잉공급으로 수출 드라이 브를 걸면서 글로벌 경제 곳곳에서 큰 마찰과 반발을 겪고 있다.

중국산 과잉공급(over-capacity)을 둘러싼 다섯가지 오해와 진실

첫째, “과잉공급(overcapacity)”보다는 “불균형(imbalance)”이 문제의 본질이다. 엄밀히 따지면 “과잉 공급”이라는 용어 자체가 불명확한 개념이다. 국내 수요를 “얼마나” 초과해서 생산하면 ‘과잉’공급인지? 그렇다면, 독일, 일본, 한국 등 국내 수요를 초과해서 생산하고 수출해 온 경제모델은 이 “과잉공급”론에서 안전한 것인가? 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여러가지 논리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문제의 본질은 중국 경제의 “불균형(imbalance)”이다. 즉 국내 수요와 공급간 심각한 불균형으로 그 초과생산분을 밀어내기식 수출로 소화하는 것이다. 노동자 임금 상승이 억제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사회안전망 미비로 개인이 돈을 쓰기보다는 저축을 하니 국내 공급을 흡수할 수 있는 소비가 취약하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과 국내 소비 진작에 재정을 투입하는 대신, 과거와 같이 첨단 제조업의 투자와 생산을 늘리는데 재정을 우선 배분하다 보니 경제 전체적으로 수요와 공급, 소비와 투자간 불균형이 심화된다. 중국이 지난 2년간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상품 무역 흑자액은 1.66조달러로 한국 경제의 GDP 규모와 맞먹는데 이러한 심각한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이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가?

둘째, 미중간 이슈라기 보다는 글로벌 이슈이다. 중국 경제의 불균형은 글로벌 무역과 공급망 지형을 바꾸고 있다. 미국이 가장 공격적으로 대중 무역장벽을 쌓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미국 시장은 중국산 저가수출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태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의 진출이 막히다 보니 중국 업체들은 미국 이외의 글로벌 시장, 즉, EU, 한국, 일본, 아세안, 중동,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로 값싼 제조 상품들을 밀어내고 있다. 오히려 미국보다는 미국 이외의 글로벌 시장이 교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 등 무역구제 조치는 미국, EU 선진국뿐 아니라, 인도, 브라질, 칠레, 사우디, UAE, 터키, 인도네시아, 멕시코, 베트남 등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2020년 이후 WTO에 보고된 반덤핑 조치와 상계관세는 중국을 대상으로 한 조치가 각각 32.6%, 43.6%로 최대이다. 이들 국가에 대해 중국이 보복 관세라도 매긴다면, 가뜩이나 불안정한 글로벌 통상환경이 더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

셋째, 중국산 그린 테크뿐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산업에 관련된 이슈이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 직수입, 혹은 멕시코 등을 통해서 우회수입되는 것, 또한 배터리, 핵심광물, 태양광 등 중국산 그린 테크로부터의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등 제3국에 미치는 피해는 이에 그치지 않고, 디스플레이, 철강, 석유화학, 조선에서 최근 저가 이커머스에 이르기까지 보다 광범위한 산업에 해당된다. 즉, 한두개의 특정 산업이 아니라, 보다 일반적인 산업의 시스템, 구조적인 차원의 문제라는 의미이다.

현재 중국의 제조업 분야 가동률은 팬데믹 전보다 낮아진 상태이고, 특히 부동산과 관련된 철강, 비철금속, 기계, 그리고 자동차, 태양광, IT 분야의 공급이 초과하면서 가동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태양광의 중국산 공급은 글로벌 수요를 3-4배 상회하는 수준으로 과다한 불균형이 명백하지만, 전기차 분야는 객관적으로 다소 이론의 여지가 있는 분야이다. 현재 중국의 국내 전기차 생산 중 해외로 수출되는 비중은 약 12.7% 에 불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추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약 4500만대의 전기차가 필요한데 현재 중국의 전기차 생산은 950만대라, 글로벌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 세계, 특히 글로벌 사우스는 아직 더 많은 전기차, 가급적이면 싸고 질 좋은 전기차를 필요로 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중국산 이커머스의 공습도 기존의 물류 공급망을 파괴시키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중국산 이커머스는 미국에서 800달러 이하의 이커머스 상품은 관세, 통관검사 등이 면제되는 미소규정을 악용해, 정상적으로는 경쟁이 안 되는 초저가 제품들을 중국이나 멕시코 물류센터에서 소비자에게 일일이 낱개로 배송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급속히 성장해 왔다. 미 의회에서는 중국산 이커머스를 미소규정에서 배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이러한 약탈적 불공정 이커머스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어느 정부이건 새로운 합리적 규제수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넷째, 산업정책 등을 통한 불공정한 경쟁이 오늘의 불균형을 야기한 원인 중 하나이다. 현재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혁신과 첨단기술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초기에는 중국 정부의 차별적인 보조금이 외국업체 대비 중국 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기업들이 직접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 2016년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우리 업체들이 사용하는 삼원계 배터리를 배제시킴에 따라, 2015년 중국에 투자했던 우리 배터리 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그 사이에 중국 업체들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고, 현재 한국에서 중국 전기차 버스는 54.1%의 점유율로 시장을 장악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전기차보조금 정책은 비차별성을 유지했고, 수도권의 전기버스에 지난 3년간 지급된 보조금은 중국산이 50.9%를 차지한다.

중국 산업정책의 불공정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지방 정부의 보조금으로 계속 연명하면서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공급 과잉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 중국 정부에서 업체들간 구조조정의 잣대로 수익성이 아닌 기업 규모를 중시하다 보니 기업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 헐값 수출을 해서라도 몸집을 불리려 하는 것, 정책금융이 과거 부동산 분야 대출에 집중하던 것에서, 정부 산업정책에 호응하여 제조업 분야 대출이 급증 (2019년 830억달러에서 2023년 6700억달러로 급증)했다는 것이 오늘의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는 원인들로 지적되고 있다.

다섯째, 양자적 무역전쟁보다는 다자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중국의 공급 불균형 문제에 대해 국가별무역구제 조치도 필요하겠으나 그보다는 근본적인 다자적 해결책의 모색이 필요하다. 1980년대 일본 제품의 공습으로 세계 경제에 긴장이 고조됐을 때, 일본은 기존의 시스템 내에서 조화적으로 해결책을 찾는데 협조했다.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해 미국이 감내할 수준에서 스스로 수출물량을 자제하는 자율수출규제(Voluntary Export Restrictions)에 합의했다. 1985년에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5개국간 플라자 합의를 통해서,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를 거의 46% 평가 절상하게 된다.

오늘날의 중국이 과거 일본의 사례에서처럼 기존의 글로벌 경제 질서내에서 조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려 할 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현재 충돌 코스로 가고 있는 중국 경제의 불균형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글로벌 리더쉽이 필요하다. 과거 철강, 조선 등 분야의 글로벌 공급 과잉 이슈가 부각될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체제에서 국가들간 다자적 해결책을 모색했던 것을 참고할 만하다. G7은 중국이 반중 서방연대로 인식하고 있어 중국과의 건설적 대화가 쉽지 않고, G20는 러시아/중국, 서방, 글로벌 사우스가 섞여 있어 효과적인 결과 도출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중국 경제의 불균형 문제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 중의 하나이다. 현재의 글로벌 리더쉽 공백 상태에서, 한국, 일본 등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미들파워 국가들의 글로벌 리더쉽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WTO,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미중이 포함된 국제기구들과 함께, 지나치게 정치화되고 있는 미중간 논쟁을 보다 객관적,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건설적인 다자적 해결책 모색에 기여할 때이다. 한국이 2025년 의장국이 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을 통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글로벌 리더쉽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전기차 1위 업체 BYD(비야디)가 지난 4월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대리점에 전시돼있다. BYD는 독일에 24개 이상의 대리점을 갖고 있다.이미 중국 내수 시장을 장악한 비야디는 해외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늘의 글로벌 경제에 적용하는 공자의 교훈 : 과유불급

문제의 근원은 중국 경제가 공룡처럼 커졌음에도 불구, 아직 크지 않았던 시절의 과거 패라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세계 10위권 정도의 경제일때는 제조업 및 수출을 주력으로 해도 글로벌 경제에 직접적 파장이 크지 않겠으나, 중국 제조업이 미국, 독일, 일본, 한국을 다 합친 것보다 큰 지금의 상황에서 과거처럼 제조업 지원과 수출 드라이브를 걸면 글로벌 경제 곳곳에서 큰 마찰과 반발을 겪지 않을 수가 없다. 불공정하고 약탈적인 경제행위는 곳곳에 새로운 적을 만들게 마련이다. 2000여년전 공자가 설파한 중용(中庸)과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지혜를 상기할 때이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다를 바 없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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