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방송화면 캡처]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인천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단지의 엘리베이터가 일제히 멈춰 서면서 주민들의 일상에 금이 가고 있다. 계단으로 생필품을 나르는 불편뿐 아니라 일부 고령층은 외출도 못 하고 있다.
13일 인천시 중구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중구 항동7가 아파트 8개 동의 엘리베이터 24대 전체가 지난 5일부터 운행을 멈췄다.
1990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최근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승강기 정밀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이 나오면서 승강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안전공단은 3년 전 정밀안전검사 때 손가락 끼임 방지 장치 등 8대 안전장치를 설치하도록 한 뒤 조건부로 사용을 허가했으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가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단은 올해 1월 검사 때도 "4개월 안에 안전부품을 설치하라"고 경고했으나 이행되지 않자 결국 운행 불합격 통보를 했다.
입주자대표회는 최근 뒤늦게 돈을 모아 엘리베이터 업체와 승강기 부품 공사 계약을 맺었으나 부품 수급이 늦어지면서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이렇게 엘리베이터가 장기간 운행을 멈추면서 주민들은 사실상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아파트 12층에 거주하는 김 모 할머니는 병원 진료차 외출 후 200여 개에 달하는 계단을 오르면서 "숨이 가쁘다, 지금 죽겠다니까"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5층에 사는 이 모 할머니 역시 SBS와 인터뷰에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렇게 살 수가 있느냐"며 "그냥 입이 다 바싹바싹 마르고 죽겠다"고 토로했다.
이 아파트 1층 입구에는 택배 상자가 어지럽게 쌓여 있고, 배달 마저 끊겼다. 엘리베이터 부품 수급이 늦어지면서 공사를 하려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해 주민들의 불편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들어 이 아파트와 같이 운행 불합격 판정을 받은 승강기는 전국적으로 407대(4월 기준)에 달한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관계자는 "현재 승강기 부품 제조업체와 설치업체를 접촉해 최대한 부품 공사를 앞당기도록 조율하고 있다"며 "조속히 승강기 운행을 재개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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