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 번도 웃는 것 본 적 없다” 밀양 여중생 피해자 가르친 교사 증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헤럴드DB]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이 잇따라 공개돼 법적 다툼의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피해자를 가르쳤던 중학교 교사의 과거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건 이후 전학 온 피해자를 지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교사 A씨는 지난 2012년 5월 "7~8년 전 근무했던 중학교에 한 전학생이 왔었다"며 피해자 B양을 떠올렸다. SNS에 글을 올린 당시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 '41'이 출간된 지 한 달여 지난 시점이다.

A씨는 당시 전학생이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피해자였다고 밝히며 "내가 가르쳤던 어두운 표정만 보이던 작은 아이, 그 아이의 엄마가 꾀죄죄한 몰골로 부들부들 떨며 울던 그 날의 풍경이 '41' 때문에 생각나 버렸다"고 했다.

A씨는 "전학생의 어머니가 하는 말, 정확히는 울음을 교무실에서 들었다"며 "(피해자 어머니가) '제가 배운 것도 없고 돈도 없다. 남편은 술만 마시면 우리를 때린다. 큰 애는 미쳐서 방문 밖으론 절대 나오지 않는다. 작은 애만이라도 살리려고 없는 돈에 서울로 갔는데 돈이 없어서 방을 못 얻었다. 그래서 애들은 시설에서, 전 여관방에서 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아이를 가르치면서 한없는 동정을 느꼈다고, 무서운 선생이었던 나답지 않게 그 아이에겐 부드럽게 대했지만 단 한 번도 웃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회상하며 "가해자들이 말한 것과 달리 이 아이가 남자애들을 유혹했을 리가 없다. 한 학기 동안 가르쳤고 대화해봤기 때문에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또 "어머니의 오열을 듣고 아이를 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안쓰러울까 싶었다"며 "먹고 살아야 하니 치욕스럽게 가해자들과 합의를 봐야 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현재 행방불명 상태라는데, 누가 이 아이의 인생을 보상해 줄 것인가"라며 "그 아이와 피해자들의 현재를 알고 나니 가슴이 미어진다. 미성년자 성폭행은 절대 용서해서도 가볍게 차별해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에서 44명의 남학생이 여중생을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최근 유튜버들이 이 사건 관련 가해자들의 신상을 앞다퉈 공개하면서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지난 10일까지 고소 및 진정이 16건 접수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고소인 중에는 가해자로 지목돼 직장에서 해고된 남성과 가해자의 여자친구라고 잘못 알려진 여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betterj@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