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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진 회장 취임 100일, 물류・유통 확대 ‘신세계’ 열까 [언박싱]
SNS·야구 끊고 ‘경영 올인’…혁신 키워드로 조직개편 나서
위기 속 1분기 실적 반등 성공…CJ 사촌동맹 등 수익 기대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오는 15일 취임 100일 앞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혁신 전략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첫 영업손실이라는 위기를 겪었지만, 반등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내부 변화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희망퇴직 등 전례 없는 경영 효율화와 수시 인사, CJ그룹과의 사촌동맹을 진두지휘하며 본격적인 전환점을 준비하고 있다. 주력 사업을 재정비하며 안정적인 첫 단추를 끼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 본인이 제일 먼저 변화했다. 80만 팔로워를 보유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속 ‘용진이형’은 사라졌다. 야구장과 골프장 출입도 멈추고, 업무 시간을 더 늘렸다. 승진 당시 그룹이 “막중한 역할이 정 회장에게 부여된 것”이라고 발표한 만큼 엄중한 자세로 경영에 몰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결단도 이어졌다. 회장 취임 후 약 2주 만에 이마트는 창사 후 첫 희망퇴직을 발표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 규모는 수십여명으로 알려졌다. 4월에는 실적이 부진한 신세계건설 대표를 교체하며, 수시인사 전략을 택했다. 이마트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본사 조직 슬림화 작업과 함께 임원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을 제기한 만큼, 구성원이 전과 다른 높은 긴장감을 느끼며 업무에 전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마트 본사. [이마트 제공]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전사적인 비용 감축도 진행형이다. 법인카드로 이뤄졌던 임직원 골프는 사실상 금지됐고, 이달부터는 장기근속직원 대상의 무급휴직제도가 시작된다. 매출 확대를 위해 6월부터는 이마트 점포의 영업시간을 1시간 연장한다. 유통업을 강화하기 위해 CJ그룹과 물류사업제휴도 체결했다. 정 회장의 외사촌인 이재현 회장이 이끄는 CJ그룹과 동맹을 통해 이커머스에 대한 대항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 분야의 전략적인 협업은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윈윈 전략”이라며 “물류 위탁을 통해 신세계는 투자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CJ대한통운의 내일 도착 보장 서비스인 ‘오네(O-NE)’를 통한 빠른 배송이 이커머스와 경쟁하는 신세계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본업 강화’라는 정 회장의 밑그림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의 연결기준 1분기 매출은 7조2067억원, 영업이익은 471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137억원) 대비 3배 넘게 성장했다. ‘가격 역주행’을 내세운 할인점과 트레이더스의 실적 호조가 빛을 발했다. 신세계 내부에서도 이마트의 성장이 그룹의 실적을 반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 영등포점에 간편식 판매대 모습. [연합]

이달 5일에는 신세계그룹은 잠재적 불안 요소로 꼽혔던 쓱닷컴의 풋옵션 논란을 잠재우며 급한 불을 껐다. 앞서 쓱닷컴의 실적 부진으로 기업공개(IPO)가 지연되자, 1조원을 투자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신세계그룹 측에 투자금 회수를 요구하며 갈등이 일었다. 신세계그룹은 FI가 가진 쓱닷컴 30%를 제3자에 되팔기로 하면서 분쟁이 일단락됐다.

주가 안정화는 과제로 지목된다. 올해 장중 8만8500원까지 올랐던 이마트의 주가는 지난 7일 6만원선으로 떨어지며 2011년 상장 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 재정비를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 자체가 이마트의 성장 가능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계속 변화하는 유통업 자체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인 시각을 극복하는 것도 정 회장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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