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3회 일본의 날 퍼레이드에서 일본 산리오회사 캐릭터 헬로키티가 손을 흔들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일본 경제에 대한 위기 신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의 기업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엔저 효과’로 외국인이 주 고객인 기업의 실적은 크게 늘어난 반면 제조업은 침체됐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일본 상장기업 2020곳(금융사 제외)의 올해 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3월) 예상 순이익을 조사한 결과 오를 것으로 전망한 기업은 18.7%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보다 8.2%포인트 가량 줄어든 수치다.

닛케이에 따르면 인바운드 수요를 공략한 기업은 예상 실적이 높았다. 인바운드란 외국인들의 국내 여행을 뜻하는 용어로 최근 몇 년 간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인바운드 수요가 증가했다. 닛케이는 “올해 최고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서비스업”이라며 “인바운드 수요로 객단가와 고객 수가 늘어난 기업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일본 도쿄의 츠키지 외곽 시장에서 해산물 식당 직원들이 주방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로이터]

헬로키티 등 일본 유명 캐릭터를 보유한 산리오는 25년 만에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산리오의 2024년 회계연도 순이익 208억엔(약 1825억원)으로 전망된다.

닛케이는 “인바운드용 상품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헬로키티가 50주년을 맞으면서 북미 지역이나 아시아 지역의 성장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호텔도 대표적인 호실적 업종이다. 비즈니스 호텔 체인 ‘도미인’으로 널리 알려진 교리쓰 메인터넌스는 2년 연속 최고 순이익을 경신할 예정이다. 나카무라 코지 사장은 “왕성한 국내 수요에 더해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손님도 최고를 경신하는 등 (외국인 수요가)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이오 전철이나 소테츠 홀딩스도 호텔 사업 부분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테마파트를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 등도 호조가 예상됐다.

반면 상장기업 전체 순이익은 하락세가 예상됐다. 2024년 회계연도 예상 순이익은 지난해 대비 2% 감소해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기업의 순이익이 20%, 철강이 23%, 에너지 기업이 31% 감소해 제조업 중심으로 기업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 도쿄의 증권사 건물에서 시민이 길을 걷고 있다. [AP]

지난달 일본에서 도산한 일본 기업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월 1000건을 넘어섰다. 일본의 기업 신용조사 업체인 도쿄상공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부채가 1000만엔 이상으로 도산한 기업은 100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9% 늘었다.

일본 기업 도산은 지난해 7월 코로나19 확산 당시 도입된 실질 무이자·무담보 기업 대출 상환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증가했다. 여기에 고물가와 인력 부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도산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보인 것은 26개월 연속”이라며 “특히 종업원 10명 미만의 소규모 기업 도산 사례들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