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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대간 인제 숲엔 ‘우유 빛깔 귀족’이 산다
코레일관광개발 6월 ‘여기로 기차여행’
곧게 뻗은 흰 몸매에 초록잎 매단 자태
‘숲속의 귀족’ 별칭 자작나무 숲 힐링
박수근미술관서 ‘이건희 컬렉션’도 감상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강원 인제 숲속엔 귀족이 산다.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숲의 우람한 금강송은 1980년대 이 일대를 휩쓴 해충인 솔잎혹파리를 이겨낸 우량 개체들로 늘씬한 몸매를 자랑한다.

과거 벌목 차량들이 드나들던 제법 너른 길을 비켜 왼쪽으로 들어가면, 우거진 나무들 아래 고사리 등 양치식물들이 너울져 제주 곶자왈의 정글을 연상케 한다. 금강송과 고사리가 눈을 사로잡은 오솔길 어느 지점, 이제 ‘숲속의 귀족’을 만날 시간이다. 10여 m 더 발을 옮기자 우유 빛깔의 꼿꼿한 자태를 자랑하는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 잠자던 공주를 깨운 왕자처럼 여행객을 환하게 반긴다.

소나무 군락지, 자작나무 숲 ‘대변신’

이 곳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소나무 군락지였다. 하지만 충해로 소나무들이 떼죽음을 당하자 이를 벌채한 후 1989년부터 수년간 축구장 10개 면적에 약 70만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었다. 이후 이곳은 대한민국 최고의 ‘귀족 숲’으로 거듭났다.

곧게 뻗은 흰색 몸매 위로 6월의 초록잎을 매단 자작나무의 자태는 숲의 귀공자임에 틀림없었다. 입구를 호위하던 금강송은 우람하지만, 자작나무의 눈부신 미모와 귀티 앞에선 움찔하는 듯 보였다.

자작나무를 사랑했던 시인 안도현은 이 나무를 도시의 새 식구로 들이고 싶다며 대놓고 고백했다. ‘거기(도시)에다 자작나무를 걸어가게 한다면/ (중략) 자작나무의 귀를 닮은 아이를 낳으리’라고....

잠시 숲으로 더 들어가니, 경사가 가파른 곳의 자작나무들이 일제히 마을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자작나무들이 고개를 떨군 사연은 이렇다. 지난 겨울 강풍이 몰아칠 때 마침 폭설까지 내려,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무 끝이 바닥에 닿을 지경이었다. 이를 안타깝게 본 주민들은 나무 위 눈을 털어내려 애를 썼다. 주민들의 정성이 통했는지 자작나무들은 매일 조금씩 고개를 들더니 지금은 70~80%까지 제 모습을 찾았다. 주민들은 “조만간 (자작나무들이) 허리를 곧추세울 것”이라며 희망을 얘기했다.

다행히 이곳 경사진 군락지 나무들만 휘었고, 나머지 입구와 메인 숲의 나무들은 건재했다. 메인 관람 숲에선 인디언 집과 야외 무대의 인기가 높았고, 이 외에 숲속 교실과 생태 연못이 있었다. 자작나무 숲을 시계방향으로 휘돌아나가면 만나는 전망대 역시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곳이다.

인제 자작나무 명품 숲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킹덤(시즌2)’, ‘VIP’ 등 여러 드라마의 촬영지였고, 여행 예능에도 자주 등장했다. 백두대간 서쪽 산자락 인제엔 대청봉, 대암산 용늪, 대승폭포, 십이선녀탕, 내린천, 백담사, 합강정, 방동약수 등 8경도 있다.

고향인 양구의 박수근미술관에 걸린 박수근 화백의 모습

박수근미술관에서 보는 ‘이건희 컬렉션’

1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코레일관광개발 ‘여기로 기차여행’ 국민여행단에 뽑힌 여행객들은 “순백의 숲속 힐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로 기차여행은 1일과 7일 강원 양구, 인제 등을 떠난 데 이어 14일에는 부산에서 출발해 순천·고흥·보성으로, 15일에는 서울역, 영등포역, 수원역, 평택역 등에서 출발해 논산, 부여·공주, 익산으로 간다. 6월 기차여행은 국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다. 열차 내에선 퀴즈 대회를 열고, 모든 여행객에겐 지역 특산물과 만들기 체험 결과물 등을 선물로 준다.

춘천역에서 내린 기차승객들은 버스를 타고, 이번엔 양구 박수근미술관으로 향했다. 올해는 박수근 화백 탄생 110주년인 해다. ‘선함과 진실함을 그리겠다’는 그의 의지는 질감이 느껴지는 마티에르 기법으로 생동감 있게 구현됐다.

이곳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어렵게 다시 사들여온 ‘한일(閑日·한가한 날)’ 등 ‘이건희 컬렉션’ 18점을 포함해 지우개로 다시 지우고 그린 목탄 그림, 스케치 등 수백점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은 소장품 80점을 일반에 공개하는 특별전 ‘박수근: 평범한 날들의 찬란한 하루’를 내년 3월 9일까지 연다. 여기로 여행객들은 박 화백이 그린 전쟁 후 시골 초가집, 거리에 앉아있던 사람들, 식구들을 책임지던 억척 아낙네들 그림을 보고 “할머니한테서 들었던 얘기 그대로야. 그런데, 어떻게 그때 이런 질감으로 그림을 그릴 생각을 했나”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술관은 이제 거대 문화예술공원이 됐다. 연못 위 데크길과 풀밭, 야외 조각품, 아트놀이터, 박수근미술관 내 기념전시관, 어린이미술관, 현대미술관, 박수근 라키비움, 박수근 파빌리온, 무형유산 수저공방 등으로 구성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어린이미술관에서는 박 화백의 부인 김복순 씨가 쓴 ‘고구려 이야기’ 전시가 20일까지 이어진다. 어린이 그림 그리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양구엔 금강산 가는 길목 청정 계곡 두타연, 펀치볼과 둘레길, 한반도섬, 국토정중앙천문대와 캠핑장, 백자박물관, 양구수목원, DMZ(비무장지대) 자생식물원 등 인문·자연·평화관광 차원이 고루 포진해 있다.

인제·양구=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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