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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한-중앙아시아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

지난해 말 발생한 제2 요소수 사태는 2021년과 같은 혼란은 없었지만, 특정 국가에 치우친 수입 의존도의 위험성을 재차 환기시켰다. 수입량의 97%가 한 국가에 쏠려있다. 수급이 어려워지면 교통·물류가 막히고, 비료의 원료로도 쓰이기 때문에 식료품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다른 자원들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석유, 천연가스처럼 공급량이 한정된 천연자원이나 전략적 가치가 있는 핵심광물의 경우 ‘무기’화 될 가능성이 높아 국가 차원에서의 자원 확보 전략이 중요하다.

희소금속을 포함한 핵심 광물은 글로벌 탄소중립,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전략자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산업공급망 3050 전략’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공급망 안정화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85개 공급망 안정화 품목을 선정하고, 맞춤형 패키지 지원전략을 수립해 2030년까지 특정국 의존도를 50% 아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전략품목에는 희토류, 몰리브덴, 텅스텐, 니켈, 타이타늄, 백금족 금속 등의 핵심 희소금속이 포함됐다.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전기차 등 국가 전략 및 차세대 먹거리산업의 핵심원료로 활용되는 금속들이다. 정부는 비축물량 확대, 친환경 생산, 대체·저감·재활용, 고부가가치화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우리 기업들이 자원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자원외교’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보다 안정적인 대비책은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인데, 핵심 광물자원, 특히 희소금속은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적고, 이마저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다. 보유 국가의 수출 통제 정책에 크게 좌우되고, 분쟁 등 국제적 변동에도 취약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우리와의 협력을 강하게 원하고 있어 반갑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타이타늄, 몰리브덴, 텅스텐, 리튬, 희토류 등의 매장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반면 자원을 소재화하는 기술은 상대적으로 취약해 협력할 경우 상호 호혜적인 미래 파트너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특히 우리 입장에서는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핵심광물의 신규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는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이를 위해 먼저 한·중앙아시아 핵심광물 자원협력 공급망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의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와 중앙아시아의 노동력을 결합하면 핵심광물 확보에 속도를 낼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2019년 치르치크 지역에 ‘한-우즈벡 희소금속센터’를 개소했다. 양 기관 연구자들은 기존 저품질 소재를 첨단산업에 적용 가능한 고품질 소재로 바꾸는 기술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공급망 위기 시 바로 국내 산업에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둘째, 기술이전 및 인력 교류 활성화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핵심광물 외에도 섬유, 농기계, 자동차 부품, IT 인프라 설치 및 교육, 디지털 농·축산업 등의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와 국제 기술협력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협력 생태계를 조성해 향후 다양한 산업 및 민간 부문에서의 인적교류를 촉발할 수 있는 마중물을 마련할 시점이다. 자원과 인력이 모두 풍부한 중앙아시아와의 긴밀한 협력은 우리가 안고 있는 인구 및 지방소멸 문제 해결에도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고대 무역 경로의 중심지였던 실크로드에 우리 산업의 미래를 위한 핵심광물 공급망이 구축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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