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5개월 앞두고 바이든 고령 문제 재점화
백악관 “당파성·정치적 동기 반영된 주장” 반박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미국 대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비공개 석상에서 뚜렷한 인지력 저하 징후를 보였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 참석한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 인사 등과 수개월간 진행한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WSJ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통과 설득을 위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 등과 만났을 때 너무 희미하게 이야기하는 바람에 참석자들이 알아듣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핵심내용을 적은 노트에 의존해 대화를 이어가는가 하면, 긴 시간 말을 멈추고, 듣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오랫동안 눈을 감고 있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여야 의원 20여명과 인사를 나눌 때는 너무 천천히 움직이는 바람에 회의 개시가 10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작년 5월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늘리는 문제를 협상할 때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와 파악 정도가 하루하루 달랐다고 말했다.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논의가 끝난 부분을 다시 거론해 자신이 “그것은 지난번 만났을 때 논의했고 결론이 났다”고 말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놀란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매카시 전 의장은 “나는 그가 부통령이었을 때(2009∼2017년)도 만났는데 그는 (부통령 때와)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유대계 미국인 관련 행사가 백악관에서 열렸을 때 가자지구에 억류됐던 미국인 인질이 게스트 중 포함됐다고 잘못 말했다가 정정하고, 디트로이트 선거 유세 때는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때 자신이 부통령이었다고 잘못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백악관 측은 당파성과 정치적 동기가 반영된 주장이라며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명민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WSJ은 전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의회 공화당원들과 외국 지도자들, 당파성 없는 국가안보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입법 분야에서 깊은 성취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식견과 능력을 갖춘 지도자임을 자신들 입으로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정치적 전술에 따라, 자신들과 동료들이 했던 이전의 발언에 전면 배치되는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보관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허 전 특별검사는 지난 2월 법무장관에게 제출한 수사 결과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재직 연도를 기억하지 못했고, 장남 보 바이든이 몇 년도에 죽었는지 떠올리지 못했다고 적시하는 등 미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다만 WSJ이 공화당과 친기업 성향을 공유하는 보수매체인데다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과 인지력 저하 문제를 제기하는 인사들이 주로 공화당 측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