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관계 훼손 우려에 결국 철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가자지구 전쟁을 이어간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급히 철회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對) 이스라엘 정책이 미국 대선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꼬인 스텝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자기 보존을 위해 전쟁이 계속되기를 원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처음에는 언급을 거부했지만 결국 “사람들이 그러한 결론을 내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에둘러 시인했다.
바이든은 그 이유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전 사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다 총리가 받은 국내적 역풍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입장을 바꿀지 말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8개월 간 지속되는 전쟁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뿌리 뽑지 못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해 “이스라엘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에서 저지른 실수를 답습하고 있다”며 “그것은 끝없는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필요할 경우 언제든 하마스와 전쟁을 재개할 수 있는 옵션을 전재로 미국의 휴전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쟁 재개는 막지 못한다는 점에서 하마스가 이같은 안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이스라엘 집권 연정 내 극우파는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이 제안한 휴전협정을 받아들인다면 연정에서 이탈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전시 내각 구성원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가 네타냐후 총리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휴전 후 네타냐후 정부가 무너지고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가자지구 전쟁 이후 네타냐후 총리에게 쏟아낸 발언 중 가장 가혹한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끝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암시한 것은 이스라엘 정부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발언이 전해지자 워싱턴 정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레베카 하인리히스 허드슨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엑스(X·옛 트위터) “(네타냐후의 정치적 의도를) 암시하는 것조차 우스꽝스럽고 해로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가진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의도적으로 전쟁을 장기화 시키고 있다는 발언을 철회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가자지구 전쟁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위험을 안겨줬고 진보주의자와 젊은 유권자 등 핵심 지지층이 그의 친 이스라엘 정책에 좌절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발언의 배경에 대해 분석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