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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바이 재벌도 먹는 ‘중동의 된장’ 후무스…원조는 어디? [혀 끝의 세계]
병아리콩 불린 중동의 국민양념
피타빵·샐러드·샌드위치랑 먹기도
할랄食 대표 주자 …그리스도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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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끝의 세계
해외여행에서 먹은 한 파스타의 소스가 너무 궁금했지만 ‘몰라서’ 몇 년 동안 그리워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죠. 중식 스타일 면요리에 들어가는 굴소스였다는 걸 말이죠. 열린 신세계는 입맛의 지평을 넓혀줬습니다. 알고 먹으니 한입의 무게가 달라졌습니다, 먼 나라 이웃들의 입맛에도 문화에도 관심이 가게 된 이유죠. 세계의 식탁을 둘러 싼 숨은 이야기를 찾아가 봅니다. 눈으로 먼저 혀 끝의 세계를 만난 뒤, 주말이나 일상의 틈새에 새롭지만 즐거운 한입을 권해봅니다.
후무스. [게티이미지뱅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영식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한국 측 수행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이번 주 뉴스 중 하나는 한국을 찾은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티르(UAE)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죠. 무함마드 대통령은 아랍국 최초로 한국과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을 맺고 갔어요. 한국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진 UAE에 대해 독자분들은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혀 끝의 세계, 이번 주는 중동 음식의 대표 양념으로 손꼽히는 ‘후무스(houmous)’와 함께 UAE와 친해져 봅니다.

UAE는 아라비아만(灣) 남쪽 해안과 오만만 북서 해안 지역의 7개의 나라가 모여 만들어진 연방국인데요. 한반도의 3분의 1 크기로 인구는 약 944만명(2022년 기준)입니다. 이 중 현지인은 100만명 수준으로 10명 중 1명꼴로, ‘이주민의 나라’라는 말도 있죠.

UAE는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며 생긴 연방국가입니다. 올해 건국 54년 차죠. 이전부터 여러 부족이 살았습니다. 그러다 16~17세기 포르투칼 탐험가 바스쿠 다가마(Vasco da Gama)가 유럽과 인도를 잇는 항로를 개척하면서 포르투갈의 지배 아래 놓입니다. 이후 18세기는 영국이 아랍에미리트를 사실상 통치하게 됩니다. 이후 영국의 보호 아래에서 각 토후국의 부족장들은 권력을 유지하게 되죠.

아랍에미리트 지도. [게티이미지뱅크]

아랍에미리트(UAE, United Arab Emirates)에는 ‘에미르(emir·토후)가 다스리는 국가들’라는 의미가 있어요. 그 토후국들은 바로 두바이(Dubai),아부다비(Abu Dhabi), 샤르자(Sharjah), 아즈만(Ajman), 푸자이라(Fujairah), 라스알카이마(Ras Al Khaimah, 1972년 합류), 움알콰인(Umm Al Quwain)이죠. 이 중 두바이의 인구가 제일 많습니다.

두바이의 호텔 등 UAE의 어느 곳에서나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후무스입니다.

사실 후무스는 아랍에미리트의 음식이라기보다는 이스라엘 등을 포함한 ‘중동 지역’ 음식에 해당합니다. 주로 서아시아에서 동지중해에 이르는 레반트 지역의 아랍인들이 주로 먹어왔다고 전해지죠.

후무스에 야채를 곁들인 요리. [게티이미지뱅크]

잠깐, 여기서 헷갈릴 수 있는데요. 아랍과 중동은 다른 개념입니다. UAE의 이름에 있는 ‘아랍’은 아랍어를 사용하고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나라들의 집합체를 의미합니다. 아랍권을 얘기할 때는 UAE뿐만 아니라 이집트, 요르단, 이라크, 시리아 등 총 22개의 국가들이 포함된답니다. 중동(middle east)는 동지중해부터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까지 이르는 지역적 범위를 뜻하는 말입니다.

후무스는 남녀노소, 빈부를 막론하고 중동 사람들의 찾는 음식입니다. 세계적인 중동 재벌 만수르의 부인인 모나 빈 켈리가 즐겨 먹는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죠. 지리적으로 중동과 가까운 터키, 그리스 지역에서도 후무스를 먹습니다. 후무스는 아랍어로 병아리콩이란 뜻입니다. 멕시코의 살사소스, 한국의 고추장·양념 같은 ‘중동의 국민 양념’인데요. 중동 사람들 사이에서는 “후무스가 없는 식탁은 이야기가 없는 아라비안나이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후무스의 재료인 병아리콩. [게티이미지뱅크]

후무스는 병아리콩을 불려 익힌 뒤 참깨를 곱게 간 타히니(Tahini), 레몬즙, 마늘, 올리브유를 섞어 만든 소스입니다. 7500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한 곡물인 병아리콩은 단백질과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하기로 알려져 있죠. 100g당 단백질은 19.3g, 칼슘은 45mg 함유돼 있어요.

중동 사람들이 이 후무스를 먹는 방법은 천차만별입니다. UAE의 거의 모든 음식에는 아랍식 공갈빵인 피타빵이 나오는데, 여기에 후무스가 같이 나옵니다. 바게트 조각 위 올려 핑커푸드처럼 먹거나 포케, 샌드위치, 샐러드는 물론 고등어와 같이 즐기기도 해요. 스테이크와도 잘 어울리고요.

후무스는 중동의 주요 종교인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 대표적인 할랄 음식이기도 해요.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은 동물의 사체 및 도살 전에 죽은 동물, 파충류, 곤충, 개, 고양이, 그리고 술과 알코올성 음료 등을 금지합니다. 이를 ‘하람(Haram) 식품’이라 부르는데 대신 소·양·낙타·닭·오리 등 가축, 우유, 벌꿀, 생선, 야채 및 과일, 곡물은 허락되죠. 채식주의자나 고기를 지양하는 사람들에게도 후무스는 인기쟁이죠.

후무스를 곁들인 요리들. [게티이미지뱅크]

후무스에 대한 초기 기록은 13세기 이집트의 요리책에서 발견됐답니다. 그러나 어디서 유래했는지 명확한 답을 주는 곳은 없죠. 주로 원조임을 주장하는 나라들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입니다. 후무스를 소재로 가자지구 속 두 식당의 대립을 유머와 함께 그려낸 ‘웨스트 뱅크 스토리(2005, 감독 아리 산델)’라는 아카데미수상작 단편 뮤지컬 영화도 있답니다.

후무스를 두고 중동 지역에서는 2000년대 후반 원조 논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2009년 이스라엘이 후무스의 원조라는 주장이 불편했던 레바논 요리사 300여명은 2000㎏의 후무스를 세계 최대 후무스라는 기네스 신기록을 세우죠. 이후에도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후무스 신기록 세우기를 이어나갔죠. 이 원조 논쟁과 관련해서는 호주 영화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후무스 이야기(Make Hummus Not War, 2012)도 있어요.

후무스를 소재로 가자지구 속 두 식당의 대립을 유머와 함께 그려낸 ‘웨스트 뱅크 스토리(2005, 감독 아리 산델)’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후무스의 원조국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중동 음식에서 세계인의 음식으로 사랑받게 된 점은 분명합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채식·스테이크 요리와 곁들일 양념으로 알려졌어요. 이제 서울 이태원뿐만 아니라 도심의 식당에서도 보이는 후무스. 서울 강남구의 코엑스에 있는 음식점인 허머스키친은 물론 연남동의 ‘아민 연남’, 한남동의 ‘그릴도하 한남’ 등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 후무스와 함께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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