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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전기차 독주 막아라”…美·EU ‘연합전선’ 구축, 韓·日까지 본격 견제구 [글로벌 전기차 주도권 경쟁, 점입가경]
日, 아세안 손잡고 중국 견제 나서 “텃밭 지킨다”
토요타·혼다·닛산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 맞손
美·EU, 관세 장벽으로 공동 대응
韓, 보조금 개편·미국 등 해외 생산물량 확대

중국 동부 산둥성 옌타이의 한 항구에서 수출용 BYD 전기차들이 주차돼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 맞서 미국과 유럽이 관세 장벽을 높이는 초강수를 던진 가운데 일본도 중국차 견제에 본격 나섰다. 한국 자동차업계도 이러한 구도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26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전기차 시장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이 4개를 차지하며, 이들의 합산 점유율도 전체 시장에서 35%를 넘어섰다. ‘저가 전략’을 앞세운 중국의 영향력이 막강해지자 이를 제지하기 위한 주요국의 행보가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현재 일본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중국의 전기차 시장 확장에 대응하기 위해 아세안 지역 내 자동차 생산·판매 공동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9월 열리는 일·아세안 경제장관회의에서 ‘2035년까지의 임시 공동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동 전략에는 인재 육성, 제조 공정의 탈탄소화, 광물 자원 확보, 바이오 연료 등 차세대 분야에 대한 투자 협력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토요타 켄터키 공장 [토요타 제공]

일본은 아세안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해 현지 시장점유율 약 90%를 차지하는 등 압도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기존 판도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중국 전기차의 동남아 시장 선점 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 6개국(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필리핀)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판매 점유율은 2021년 7.3%에서 지난해 52.1%로 수직 상승했다.

국가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중국 기업이 태국(75.5%)·말레이시아(44%)·싱가포르(34.3%)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인도네시아(41.6%)에서는 현대자동차(44.5%)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전동화가 지연되는 사이에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보급 초기 단계인 아세안을 적극 공략했고, 주요국들의 전기차 보급 및 생산 허브 육성 정책과 맞물려 아세안 내 중국 기업의 입지가 강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아세안 현지 딜러 및 업체, 기관들과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초기 점유율을 장악했다.

태국 방콕 국제 오토쇼에 참가한 BYD [BYD 제공]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는 태국에 5억400만달러(6900억원)를 들여 현지 전기차 생산 공장 건설에 나선 바 있다. 상하이자동차(SAIC), 창안자동차 등도 아세안 내 생산 거점을 마련 중이다.

이에 일본은 전통적인 텃밭을 지키기 위해 아세안과 ‘공동 대응’이라는 맞불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한 일본 완성차 업체들 간의 협력 분위기도 거세다. 현재 토요타, 혼다, 닛산은 전기차 등 미래차의 핵심으로 꼽히는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사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특히 자동차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SDV)’ 개발에 중점을 두고 미래차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져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3사가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핵심 부품을 표준화할 경우 개발 효율성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경제산업성 역시 자국 브랜드들의 협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차세대 자동차 로드맵 개발을 위해 자동차 제조업체 간 협력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경제산업성의 이 같은 계획이 스즈키, 마쓰다, 스바루, 미쓰비시 등 다른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과 유럽 역시 중국의 전기차 공세를 막기 위한 장벽을 세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 14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인상하는 것을 비롯해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태양광 패널 등 중국산 수입품 180억달러(약 24조6000억원) 상당에 대해 관세를 대폭 인상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13개월간 중국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불공정 관행’으로 규정, 반덤핑관세나 상계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미국과 EU의 이러한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U 주재 중국상공회의소는 최근 “중국이 대형 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수입차에 대한 임시 관세율 인상을 고려할 수도 있다”며 맞불을 놨다.

중국상공회의소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 발표와 EU의 반보조금 조사에 따른 예비 관세 부과 준비 같은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이같은 조치는 유럽·미국 자동차 회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사실상 이번 조치가 미국과 유럽을 겨냥한 맞대응임을 시사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한국에서는 중국산 전기차·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장벽을 세우는 동시에, 미국과 EU가 중국을 견제하는 분위기를 활용해 판매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환경부는 올해 초 보조금 개편을 통해 국내 기업에 보다 유리한 보조금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개편안의 특징은 고성능 전기차에 더 많은 보조금을 부여하고, 배터리 효율성과 재활용 여부를 보조금 지급의 주요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성능이 좋은 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중국차 대비 주행거리가 긴 국산차에 유리한 구조다.

현대차·기아 등 미국과 EU에 전기차를 적극 수출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이 관세로 타격을 맞는 사이 우리 기업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거점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 중에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국, 유럽이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전쟁을 진행할수록 현대차·기아는 반사 이익이 예상된다”며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는 글로벌 판매의 5% 미만 비중이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BEV+PHEV) 상위 10대 기업에는 중국 BYD, 지리자동차, SAIC, 창안자동차가 포함됐다. 이들 4사의 점유율은 35.8%로 전년(34.8%)보다 증가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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