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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연 회장 ‘야성’ 강조하더니…쉴 새 없는 현장 경영 왜? [비즈360]
올해 들어 4번째 현장경영…시상식·야구장도 찾아
5년여 잠행 깨고 ‘건재함’ 과시…그룹 이미지도 제고
‘선택과 집중’ 사업재편…세 아들 승계 구도 명확화
핵심 계열사 힘 실어주기…끊임없는 도전·혁신 주문
김승연 한화 회장이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격려사 이후 직원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한화 제공]

[헤럴드경제=정윤희·김은희 기자] “창업 시대의 야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지난해 10월 김승연 회장 한화그룹 창사 71주년 기념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최근 그룹 내 주력 계열사와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 현장경영으로, 지난 5년3개월 간 외부 노출이 적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동시에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미래 비전을 명확히 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승계 구도에 대한 정리를 마무리 하고 세 아들들에게 고루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일 그룹 방위산업 통합 1년을 맞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 3월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연구개발(R&D) 캠퍼스를 방문한데 이은 것이다. 지난달 7일에는 한화로보틱스 판교 본사를 방문했으며, 지난달 25일에는 한화생명 여의도 본사를 찾았다.

김 회장의 마지막 현장 방문은 2018년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엔진 부품 공장 준공식 참석이었다. 이후 현장 경영이 공개된 적이 극히 드물었던 점과 비교하면 최근 김 회장의 행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 회장은 또, 지난 17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시상식에 6년 만에 참석해 직접 우수 재무설계사(FP)들에 대한 시상을 진행했으며, 3월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캠퍼스 방문 당시와 지난 1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찾아 야구경기를 끝까지 관람키도 했다. 당시 한화 이글스는 두차례 모두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김 회장에게 ‘승리요정’이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0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를 찾아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한화 이글스 제공]
김승연(앞줄 왼쪽 네번째) 한화 회장과 김동관(앞줄 왼쪽 세번째) 한화 부회장이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 제공]

복수의 재계 관계자 및 기업분석 전문가 등은 김 회장의 최근 행보에는 ▷그룹 이미지 제고 ▷본인의 건재함 과시 ▷승계 구도 명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내 분위기를 다잡고, 승계 구도에 힘을 싣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사실 총수들이 적극적인 대외 활동에 나설 때는 그 기저에는 여러 가지 의도들이 깔려 있다고 보면 된다”며 “김 회장의 경우 현재까지 가장 큰 효과는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와 자신의 건재함을 은연 중에 알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 역시 “총수가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룹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김 회장은) 자녀들의 활동에 힘을 실어서 입지를 탄탄하게 하고, 현재 진행 중인 그룹 분할이 자신의 주도 하에 있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보여주는 등 몇 가지 목적을 동시에 노리는 것 같다”고 봤다.

김승연(왼쪽 다섯번째) 한화 회장이 지난 17일 킨텍스에서 열린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연도대상 시상식에서 행사에 참석한 FP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김 회장의 옆에는 김동원(오른쪽 세째) 한화생명 사장이 함께 하고 있다. [한화 제공]

한화그룹은 최근 2~3년새 활발한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데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방산부문, 한화디펜스 등으로 흩어져있던 방산 부문을 통합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한화의 자동화사업부를 분리해 한화로보틱스를 출범시켰다.

지난달에는 ㈜한화에 있던 이차전지 장비사업을 떼어내 100% 자회사 ‘한화모멘텀’을 신설하고 해상풍력·플랜트 사업은 한화오션에, 태양광장비는 한화솔루션에 각각 양도키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인적 분할해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를 설립, 주력사업인 방산에 집중한다.

‘선택과 집중’에 방점을 찍은 교통정리를 통해 승계 구도를 명확히 했다는 평가다. 현재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 항공·우주, 태양광, 해상풍력 등 그룹의 핵심 신성장동력을 이끌고 있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분야를, 삼남인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부사장은 유통과 로봇 등을 각각 책임지고 있다.

김승연(둘째줄 왼쪽 두번째)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5일 경기 성남시 한화로보틱스 본사를 방문해 로봇 사업을 총괄하는 삼남 김동선(첫줄 왼쪽 첫번째) 부사장과 함께 임직원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

동시에 그룹 안팎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핵심사업 및 신성장 동력에 힘을 실음으로써 최근 일련의 사업 재편이 김 회장이 주도하는 것이란 점을 보여주고 경쟁력 강화에 독려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화그룹은 이 같은 인수합병(M&A) 및 분할, 사업구조 재편 등으로 지난해 83조280억원 규모였던 공정자산을 112조4630억원으로 늘리며 ‘자산총액 100조 클럽’에 가입에 성공한 상태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부터 임직원들에게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며 ‘그레이트 챌린저(Great Challenger)’가 돼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창립 71주년을 맞아 ‘창업’을 언급하며 “쉼 없이 역동하는 한화의 길에 ‘창업 시대의 야성’이 반드시 필요하다”이라고 강조키도 했다.

다만, 당장 승계가 임박했다기 보다는 ‘사전 정지 작업’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네 차례의 현장경영 모두 각각의 사업을 맡은 아들들과 빠짐없이 동행하고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김 회장이) 삼형제 간 사업 가르마 타기가 어느 정도 완료됐다고 판단하고 이 정도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회피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며 “당장 승계까지 가기에는 아직 이르고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만큼, 현재로서는 전체적인 (승계구도) 윤곽을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들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본인이 여전히 캐스팅보트라는 점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김 회장이 아직 건강하고 70대 초반으로 나이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아닌 만큼 당장 승계 작업이 가까워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크고 작은 사업구조 개편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세 형제간의 사업 구획을 명확하게 하는 작업 차원”이라고 내다봤다.

yuni@heraldcorp.com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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