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상 전 가격으로 담배 부담금 낸 필립모리스…대법 “인상 후 가격으로 내라”
1·2심서 승소했지만
대법, “원심(2심) 판결 잘못, 다시 판단”
“정당한 부담금 다시 계산해야”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2015년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인상 전 가격 기준으로 정부에 부담금을 낸 한국필립모리스가 대법원에서 철퇴를 맞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오후, 한국필립모리스가 한국환경공단,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정부가 추가로 부과한 부담금 540여억원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 대해 이같이 판단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필립모리스의 손을 들어 부담금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담금을 전부 취소하도록 한 원심(2심) 판결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된 재판부로 판례 변경이 필요한 사건 등을 판결한다.

이 소송은 정부가 2015년 1월 ,담뱃세를 인상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정부가 세금을 올리면서 담배 1갑의 가격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정부는 “담배 제조사인 필립모리스가 담뱃세 인상 전 기준으로 세금 및 부담금을 미리 내고, 담배 재고를 확보해뒀다가 인상된 가격으로 팔았다”고 봤다.

부담금은 담배가 ‘제조장에서 반출될 때’ 부과된다. 필립모리스는 이 시기 임시창고에 담배를 보관했다가 담뱃세 인상 후 판매했다. 정부는 임시창고도 제조장에 해당한다며 인상 후 가격 기준으로 부담금을 내야 한다고 봤고, 필립모리스는 임시창고는 제조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담뱃값 인상 전, 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담배를 반출했으므로 인상 전 가격 기준으로 부담금을 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임시창고를 ‘제조장'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앞서 1심과 2심은 임시창고는 제조장이 아니라며 필립모리스 측 승소로 판단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13부(부장 장낙원)는 2020년 6월, 이같이 판단했다. 1심 재판부도 “필립모리스가 담뱃값 인상 차익을 노리려는 목적으로 임시창고를 임차했을 것으로 보이긴 한다”고 했다.

다만, 임시창고를 ‘제조장’으로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1심 재판부는 “임시창고는 제조기능이 전혀 존재하지 않으므로 독립된 제조장이 될 수 없다”며 “필립모리스의 소유도 아니며, 근처 제조공장과 가깝겐 약 14㎞, 멀게는 319㎞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6행정부(부장 이창형)는 “임시창고에서 담배를 반출한 것을 제조장에서의 반출로 볼 수 없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필립모리스가 제조공장에서 담배를 임시창고로 옮긴 것은 차액을 얻기 위해 통상적인 행위 또는 거래 형태에서 벗어나 일시적인 방편으로 담배를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시창고에서 각 물류센터로 담배를 옮긴 때 비로소 제조장에서 반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담뱃값 인상 후 담배가 ‘반출’된 것으로 봐야하므로 인상 후 가격 기준으로 내야 한다는 취지다.

단, 대법원은 정부가 담뱃값 인상 규정을 2015년 1월 1일부터 2015년 2월 2일까지 제조장에서 반출된 담배에 대해서도 소급(시간을 거슬러 효력을 미치게 하는 것)해 적용하도록 한 부분은 무효라고 봤다.

대법원은 “부담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개정이 지연된 것은 국가기관이 이를 제때 하지 못한 탓”이라며 “그런데 소급입법을 통해 담배 제조업자에게 부담금을 추가 부담시키는 것은 지연에 대한 책임을 담배 제조사에 전가시키는 셈이 되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2심)이 반출의 의미에 대해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다시 정당한 부담금을 계산할 필요가 있으므로 원심을 깨고, 전부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앞서 필립모리스는 1·2심에서 부담금을 전부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부담금을 추가 부담하게 됐다.

notstr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