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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속 상태서 다른 범죄로 또 재판행…대법 “국선변호인 선정 안 한 것은 위법”
구속 상태에서 다른 범죄로 재판행
1·2심, 국선변호인 선정 없이 진행
대법, “국선변호인 반드시 선정했어야”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형사소송법상 재판 받던 피고인이 구속되면, 법원은 반드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그런데 별개의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상태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면 그때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할까. “그렇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23일 상해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한 사건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A씨에 대한 국선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2심) 판단은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된 재판부로 판례 변경이 필요한 사건 등을 판결한다. 이번에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상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피고인이 구속된 때’의 의미에 대해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A씨는 2020년 9월, 건조물침입 혐의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뒤 과거에 저지른 상해사건으로 또 재판에 넘겨져 징역 3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아무런 이유 없이 지인의 얼굴 부위 등을 때리거나, 할퀴는 등 상처를 입힌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상해 혐의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되자, A씨는 1심에서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청구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국선변호인을 반드시 선정해야 하는 ‘구속된 때’를 좁게 해석한 결과였다.

1·2심 법원은 ‘구속된 때’를 해당 형사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로 해석했다. A씨처럼 별건으로 구속돼 있는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 다른 해석이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에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구속된 때’를 별건으로 구속돼 있거나, 다른 형사사건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돼 구속된 경우도 포괄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그 이유에 대해 “형사소송법이 ‘구속’을 해당 형사사건의 구속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는다”며 “제약된 방어력의 보충을 위해 국선변호인 선정이 요청되는 정도는 구금 상태의 이유나 상황에 관계 없이 모두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해석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의 취지와 정신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형사소송법의 목적 또한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속의 의미를 기존에 비해 넓게 해석함으로써 방어력이 취약한 상태에 놓인 피고인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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