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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셋이 손잡고 출퇴근”…가족 안은 유통사, 이유는 ‘인구=매출’ [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난임 지원·임신 축하는 기본…아빠도 ‘의무 휴직’
태교 여행·졸업식 휴가·심리상담 등 이색 지원도
“양육 지원에서 나아가 축하하는 분위기 됐으면”
지난 13일 GS리테일의 직장 내 어린이집 푸르니 어린이집 소속 원아들이 본사 건물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GS리테일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아빠다!” 인형 탈을 쓴 오리를 따라 이동하던 아이가 사무실에서 마주친 아빠의 다리를 부둥켜안더니 떨어지지 않았다. 주위에서 바라보던 직원들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고사리손을 맞잡고 짝꿍들과 빌딩 숲 사무실을 찾은 이들은 GS리테일의 직장 내 어린이집 소속 원아들이다. 아이들은 이날 미니 무인 편의점 공간인 셀프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으며 아빠·엄마가 다니는 회사를 체험했다.

GS리테일, BGF리테일 등 유통 기업들은 가정의 달을 맞아 직장 내 어린이집 원아를 사옥에 직접 초청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롯데 유통군HQ도 지난 11일 롯데월드타워에 임직원 80여 명을 초대해 가족이 단란하게 즐길 수 있는 ‘패밀리데이’를 마련했다.

지난 13일 GS리테일의 직장 내 어린이집 푸르니 어린이집 소속 원아들이 본사 건물에서 셀프 계산대를 체험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유통 업계는 상대적으로 여성 직원 비율이 높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2022년 기준)에 따르면 유통 업계의 여직원 비중은 53.9%로 여직원(3만9839명)이 남직원(3만4092명)보다 약 5700명 많았다.

인구가 매출과 직결되는 만큼 출산 장려에도 후한 편이다. 실제 주요 유통사가 대부분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LG생활건강, BGF리테일 등 일부 기업은 법정 육아휴직(1년)에 추가로 최대 1년, 총 2년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사내 어린이집은 양육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부모의 만족도가 높다. 조동신 GS리테일 MD는 “아내도 유통업계에서 일하고 있어 매일 아침 저희 가족은 셋이 손잡고 삼성역으로 출근한다”며 “어린이집에서 아침·저녁 식사를 모두 챙겨주니 아이 끼니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11번가는 임직원 자녀에게 입학 선물을 제공하고 있다. [11번가 제공]

롯데그룹 역시 업계에서 가족친화제도로 유명하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 전 계열사의 남성 직원을 대상으로 최소 1개월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했다. 올해부터는 셋째를 출산한 가정에 기아자동차의 카니발을 2년 동안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렌트비도 지원한다.

롯데그룹 외에도 양육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추가적인 휴가를 제공하는 기업이 많다. 이마트도 그중 하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가 있다면 1개월 돌봄휴직(무급)을 신청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자녀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입학하면 유급휴가로 2일을 부여하는 ‘우리 아이 첫걸음 휴가’를 지난해 신설했다. BGF리테일은 자녀 졸업식 휴가까지 제공한다.

BGF리테일이 최근 진행한 임직원 자녀 초청 행사에 참여한 임직원 가족들. [BGF리테일 제공]

시차출근제 등 유연한 근무를 내세우는 곳도 있다. SK스토아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신세계는 ‘5시 퇴근’ 정책을 도입했다. 육아를 하는 직원들 역시 회사나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아이들에게 달려갈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누릴 수 있는 출산장려제도도 눈길을 끈다. 난임 치료와 태아 검진은 기본이다. 양육, 진학(학자금) 등 생애 주기에 맞춘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는 난임 진단서를 받은 여직원이 있다면 최대 6개월의 휴직을 보장한다. 임신 단계부터 영양제 등 상품을 제공하는 ‘임신 축하 선물’ 복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1번가는 어린이날·입학식·수능 때도 기념선물을 지급한다.

카카오스타일에서 제공하는 임직원 출산 선물 키트. [카카오스타일 제공]

현대백화점은 만 8세 이하 자녀를 기르는 여직원에게 시간제 가사도우미의 고용비를 일부 지원한다. 임신부가 업무상 택시를 이용하면 교통비도 준다. GS리테일은 자녀상담, 가족상담, 진학상담을 아우르는 전문가의 심리상담 서비스 제도를 마련했다. 가족의 행복이 업무 만족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큰 그림으로 직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아빠의 부담도 줄였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예비아빠 태아검진 휴가’에 이어 올해 제휴 리조트에서 누릴 수 있는 ‘1박 2일의 태교여행’ 지원을 추가했다. 지난 3월부터는 출산 경험이 없는 기혼 임직원과 배우자에게 산전 검사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BGF리테일도 남성 직원에서 배우자의 유·사산에 따른 휴가를 3일(유급) 지급하고 있다.

회사 동료까지 아이들의 행복감이 전달될 수 있도록 배려도 넘친다. 닥터지를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 고운세상코스메틱은 동료가 출산 휴가를 갈 경우 팀원에게 소정의 서포터즈 지원금을 제공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무 공백이 생기더라도 내부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구성원의 만족감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며 “임신 준비와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내 분위기가 바뀌는 데 초점을 맞추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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