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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 “홍콩 ELS 손실 최대 65% 배상해야”…자율배상 속도낼 듯
금감원, 대표사례 분조위 결과 발표
기본 30~40%에 가감…최종 30~65%
2019년 DLF 보다 최고 배상비율 낮아져
은행들 자율배상 속도 낼 듯…“자율조정 지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빚은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를 판매한 KB국민은행 등 5개 은행에 투자 손실액의 30~65%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배상비율이 최대 80%였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때보다 낮아진 배상 가이드라인 덕분에 판매 은행들의 자율배상 절차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분쟁조정위원회는 전날 5개(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판매 은행별 대표사례에 대한 분조위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분조위에 회부된 5건은 금감원이 3월에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5개 은행의 분쟁 사안 중 대표사례로 선정된 사례들이다.

금감원은 이들 5개 사례를 모두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판단했다. 우선 판매직원이 투자권유 단계에서 투자성향 분석을 형식적으로 진행해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한 것을 개별 적합성 원칙 위반으로 봤다.

또 손실위험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대상기간을 20년에서 10~15년으로 줄여 손실위험을 축소 안내하는 등 투자위험의 누락·왜곡을 발생시킨 점에 대해서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일부 판매직원이 신탁통장 표지에 금액, 이율 등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기재하는 등 부당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홍콩ELS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피해를 야기한 금융기관과 임원, 전 금융위원장 등 180인 고발 및 전액배상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금감원은 이들 5건에 대한 배상비율을 손실액의 30~65%로 결정했다. ELS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설명의무, 적합성 원칙 등 위반에 따른 기본배상비율 30~40%에 예적금 가입목적, 금융취약계층 등 가산 요인과 ELS 투자경험, 매입·수익규모 등 차감 요인을 적용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사안별로 보면 2021년 2월 암 보험 진단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러 온 국민은행 40대 고객 A씨는 은행의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에 따라 기본배상비율이 30%로, 최종 배상비율은 60%로 정해졌다.

국민은행은 이 사례에서 투자목적,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 정보를 형식적으로 파악해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 여기에 ▷대면가입(10%포인트) ▷예·적금 가입목적 인정(10%포인트) ▷투자자정보확인서 상 금융취약계층(5%포인트) ▷ELS 최초투자(5%포인트) 등 가산요인이 합쳐졌다.

70대 고령자가 투자성향 분석 시 직원이 알려주는 대로 답변하게 유도하고, 통장 겉면에 확정금리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한 신한은행 사례의 경우 적합성 원칙, 부당권유 금지를 추가로 위반해 기본배상비율이 40%로 정해졌다.

여기에 ▷대면가입(10%포인트) ▷만 65세 이상 고령자(5%포인트) ▷서류상 가입인 성명·서명 누락(5%포인트) ▷녹취제도 운영 미흡(5%포인트) 등 가산 요인과 과거 주가연계신탁(ELT)에서 지연상황 경험(5%포인트), 특정금전신탁 매입규모 5000만원 초과(5%포인트) 등 차감 요인을 합쳐 최종 배상비율이 55%로 결정됐다.

농협은행은 70대 고객의 투자성향을 부실하게 파악해 공격투자자로 분류하고 손실 위험을 왜곡해서 설명했다. 통장 겉면에 확정금리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했고, 고령자 보호기준 등을 준수하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농협은행의 기본배상비율은 40%로 인정됐다. ▷대면가입(10%포인트) ▷고령자(5%포인트) ▷모니터링콜 부실(5%포인트) ▷고령자 보호기준 미준수(5%포인트) ▷서명 누락(5%포인트) 등 가산요인과 과거 ELT 지연상환 경험(5%포인트) 등 차감요인을 반영해 최종 손해배상비율은 65%로 결정됐다.

농협은행은 사전확인 결재를 올린 뒤 약 5시간 30분이 지난 후 관리책임자가 결재하는 등 고령자에 대해 사전확인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았고, 가입서류 중 확인란에 본인의 실제 서명 대신 ‘서명하세요’라고 기재했는데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40대 고객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을 실질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문자로 ELT 가입을 권유하고 손실위험을 누락해 설명한 하나은행 사례의 경우 적합성 원칙 추가 위반으로 기본배상비율이 30%로 산정됐다.

이 고객은 모바일을 통해 가입했지만 지점에 방문해 가입한 경우여서 대면가입으로 10%포인트 가산 요인을 인정받았다. 다만 ELT에서 지연상환 경험이 있고(5%포인트), 매입규모가 5000만원을 초과(5%포인트)해 최종 배상비율은 30%로 결정됐다.

ELS 투자경험이 없는 고객의 투자성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왜곡된 자료를 활용해 손실 위험을 오인하게 설명한 SC제일은행 사례의 경우도 적합성 원칙 추가 위반으로 기본배상비율이 30%로 인정됐다.

여기에 ▷대면가입(10%포인트) ▷예·적금 가입목적(10%포인트) ▷ELS 최초투자(5%포인트) ▷모니터링콜 부실(5%포인트) 등 가산요인과 가입규모 5000만원 초과(5%포인트) 차감요인을 반영해 배상비율은 55%로 결정됐다.

이 고객은 가입자금을 원금보장 상품으로만 운용해왔고, 가입 당일 저축성 보험을 해지했다. 모니터링콜에서는 투자성향·상품에 대한 질문에 부정적으로 발언했지만 은행 측은 ‘콜백 거절’로 처리하고 후속조치 없이 상품에 가입시켰다.

앞서 금감원이 내놓은 분쟁조정기준안은 기본배상비율 20~40%에 항목별로 45%포인트를 가감해 원칙적으로 손실액에 대해 0~100%까지 배상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번 대표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대부분은 30~65% 수준에서 배상액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해외금리연계 DLF 때는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79세 치매환자에 대한 분조위의 배상비율이 80%까지 나왔는데, 이보다 배상비율이 낮아짐에 따라 은행들도 빠르게 결과를 수용하고 자율배상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분쟁조정 결과는 신청인과 판매사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하면 성립된다. 나머지 조정 대상에 대해서는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조정 방식으로 처리된다.

금감원은 “금번 분조위 결정을 통해 각 은행별·판매기간별 기본배상비율이 명확하게 공개됨에 따라, 금융소비자와의 자율조정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며 “향후 은행과 금융소비자 간의 자율조정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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