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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TX-A 정비를 ‘K-방산기업’이 한다구요? 현장 가봤더니…직원들 구슬땀에 ‘엄지척’ [히든스팟]
GTX-A 열차 공급, 현대로템 점검 현장
안흥주 철도차량 시운전팀 매니저 인터뷰
새벽 5시 15분부터 선로·차량 점검 ‘구슬땀’
“GTX-A 운행 일조에 자부심…고객에 좋은 에너지 전달”
〈히든 스팟〉

수많은 기업들에는 다양한 조직과 직군이 있습니다. 기업마다 고유 사업을 하는 가운데 다른 기업에는 없거나 차별화된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조직이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아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일하면서 차곡차곡 성과를 올리는 이들이야말로 미래를 만드는 영웅이며 비밀병기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히든 스팟’이라고 부릅니다.

GTX-A 전동차 내부 [사진=김성우 기자]

[헤럴드경제(화성)=김성우 기자] #. 지난 8일 오후 2시 GTX-A 수서역. 경기 화성시 동탄으로 향하는 전동차 안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든 남성 여럿이 탑승했다. 열차가 이내 출발하자, 찰칵 소리와 함께 이들이 연신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수도권 곳곳에서 모인 이른바 ‘철덕’(철도 마니아)들이다. 이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열차 이곳저곳을 살피기에 바빴다. 수서~동탄역, 32.8㎞ 구간을 주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8분. 남성들의 셔터 세례도 그제야 멈췄다.

서울 광진구에 산다는 박진우(28) 씨는 기자에게 “국내 최초의 지하 고속철도의 시작을 보고 싶어서 반차를 내고 왔다.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그래도 열차를 타보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라고 기뻐했다.

지난 3월 30일 개통을 하고 약 1개월여를 운행한 GTX-A를 체험하기 위해 수서역에서 GTX-A를 탑승해 동탄역으로 향했다. 현재는 수서~동탄 노선만 운행되고 있는 GTX-A는 오는 2028년 전체 개통에 앞서 일부 구간만 운행되고 있다. 평일 낮 시간대에 탑승해 보니 박 씨와 같은 마니아들과 급하게 서울~동탄 사이를 오가기 위해 탑승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좀 더 치열한 현장을 보기 위해 수서~동탄 구간의 운행 사무실 소재지인 동탄역 안쪽으로 향했다. 여기서 구슬땀을 흘리는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무실 안에서 운영사 직원과 GTX-A 열차를 공급한 현대로템 직원들이 근무 중이었다. 운영사는 관제와 기관사 파견을 도맡는다.

열차 운영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나 운행상의 여건들은 현대로템 측에서 관리한다. 그동안 ‘K-방산’의 급부상 덕분에 주식시장 등에서 방산업체로 잘 알려져 있는 현대로템이지만, 회사의 또다른 주력 산업인 ‘열차 사업’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로템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잠정실적으로 매출 7477억원, 영업이익 44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작년 1분기보다 매출은 9.3% 늘었다. 이중 철도와 관련된 레일솔루션 부문 매출액은 2764억원으로 36.9%에 달했다. 전체 따낸 사업 규모를 판별하는 신규수주액도 1조4292억원으로 3개사업부문(레일솔루션, 디펜스솔루션, 에코플랜트부문) 중 가장 많았다.

안흥주 현대로템 매니저가 동탄역에 위치한 GTX-A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동탄역에서 만난 안흥주 현대로템 철도차량시운전팀 매니저는 “현장에는 현대로템 직원만 해도 9명이 나와서, 열차의 다양한 기능들과 조건을 테스트하고 있다”면서 “차량을 점검하는 시운전팀 외에도 브레이크와 에어컨, 전조등까지 각자 기능에 맞춘 연구소 담당들이 나와서 차량의 하나하나를 끊임없이 점검한다”라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GTX-A 전동차는 경남 창원 공장에서 완성 후 많은 테스트와 점검을 거쳤다. 이후 경부선 철로와 오송~수서 철도선을 이용해 동탄역으로 옮겨왔다.

안흥주 현대로템 매니저가 동탄역에 위치한 GTX-A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GTX-A 전동차가 동탄역에 오기까지 여정은 실로 가혹했다. 열차 제작 후 테스트가 이뤄지는 ‘팩토리 테스트’ 기간에는 철도안전법에 따른 다양한 조건을 체험하고, 각 부품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이 이뤄진다. 바람 변화에 따른 안전성 입증, 그리고 영하 45도 등 극한의 상황에서의 안정성 입증도 병행된다.

170㎞/h의 빠른 속력에도 GTX-A 전동차가 운행 1개월이 넘도록 큰 사고 없이 열차가 운행될 수 있는 것도 이런 극한의 테스트를 거쳤기 때문이다.

전동차는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6시 30분~9시, 오후 4시 30분~7시는 평균 17분 간격으로 열차가 출발한다. 그 외 시간은 평균 약 20분 간격으로 운행이 이뤄진다.

아직 전 구간 개통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는 실제 노선에서 운행을 하면서 다양한 요건을 관리하는 기간이다. 이 시기를 ‘시운전 기간’이라고도 부른다. 동탄역에 파견돼 있는 인원도 현대로템 소속의 시운전 담당 인원들이다. 3교대로 나눠 오픈과 중간, 마감 시간에 차량을 살핀다.

안 매니저는 “오전 5시 15분에 첫 차가 나기 전에 ‘점검 열차’라는 이름으로 동탄에서 수서, 수서에서 동탄으로 각각 두 대가 출발해 선로와 차량을 점검한다”면서 “혹시나 볼트가 풀어진 것이 있는지, 선로에 떨어진 물건이 있는지, 시설에 장애가 있는지를 세세하고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당일인 8일 오전조에 편성된 안흥주 현대로템 매니저가 아침 운행에 맞춰서 차량의 여러 기능을 테스트하고 점검하고 있는 모습. [현대로템 제공]

안 매니저는 “서울 지하철 3호선에도 투입돼 차량을 관리하는 작업을 했는데, 새롭게 시작하는 GTX-A와 같은 노선에서의 경험은 유독 색다르다”면서 “대부분 기존에 지어진 노선에 새 열차를 추가하고 작업을 하는 형식이었는데, 이번에 노선을 새로 하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꼼꼼하게 신경 쓸 것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앞으로 운정~수서 노선도 개통이 되면, 더 많은 관리 주체가 들어오고 운행하는 열차 숫자도 대폭 늘어나는 만큼 미래 승객들의 안전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인터뷰날 오전조에 편성된 안흥주 매니저가 아침 운행에 맞춰서 차량의 여러 기능을 테스트하고 점검하고 있는 모습. [현대로템 제공]

한편 역에서 근무하는 현대로템 직원들에게는 ‘고객 안내’라는 추가적인 업무도 뒤따른다. GTX가 깊은 지하 선로를 운행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복잡해진 길을 헤매다가 직원에게 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대부분 GTX가 적힌 유니폼과 조끼, 안전모 등을 쓰고 다닌다.

이날 동탄역과 수서역에서도 ‘GTX-A 조끼’를 입은 직원들이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안 매니저는 “시민들이 길을 물을 때면 GTX-A를 운행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든다”면서 “지하 4층에서 표를 구매해 지하 6층에서 타야 하고, 어쩌다 한 번씩 타는 분들도 있어 최대한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 오전조에 편성된 안흥주 현대로템 매니저가 아침 운행에 맞춰서 차량의 여러 기능을 테스트하고 점검하고 있는 모습. [현대로템 제공]

GTX-A는 올해 12월 운정~서울역 구간 개통을, 오는 2026년 12월에는 서울역~수서 구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어 2027년에는 창릉역, 2028년에는 삼성역에 열차가 서면서 기존 계획했던 차량 운행의 위용을 갖추게 된다. 현재 5대의 차량과 1대의 예비 차량이 수서역에서 운행되고 있는데, 향후 20대까지 확대 운용된다. 안 매니저를 포함한 시운전팀의 작업은 6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안 매니저는 “국내 최초의 지하 고속철도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라면서 “즐겁게 일하면서, 차량에 탑승하는 고객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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