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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앤컴퍼니, 한온시스템 인수 득될까 독될까 [딜있슈]
조현범 회장, 적대적 M&A 극복 이어 빅딜 추진
시가 대비 프리미엄 높다 vs 10여년 전 지분 매입가 동일
한앤코 잔여 지분 23% 운명 '관심'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반년 사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말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면서 오너 리스크에 노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 단위 빅딜을 추진해 눈길을 끈다.

거래 대상은 글로벌 자동차 공조 2위 업체 한온시스템이다. 한온시스템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2015년부터 보유 중인 바이아웃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앤코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할 당시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2대 주주 자리를 유지해 왔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2021년 한앤코가 한온시스템 매각을 추진할 때 동반 매각을 검토하다 돌연 경영권 지분 확보에 나섰다. 이번 거래를 두고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소위 ‘땡잡았다’는 평가와 ‘비싸게 샀다’는 상반된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으로 역사적 저점에 머물러 있는 현재 M&A의 득과 실은 이제 시간이 판단할 일이다. 한온시스템 2대 주주로 물러나는 한앤코의 운명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시총 대비 57% 프리미엄 ‘과도 vs 적정’=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난 3일 한온시스템 지분 취득 계획을 공시했다. 한앤코가 보유 중인 지분 약 25%와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 12%가량을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총 1조7330억원을 투입한다.

지분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 지분 50.53%를 소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앞서 2015년 한온시스템 지분 19.49% 취득에 투입한 1조800억원을 합산하면 누적 투자금은 총 2조8130억원으로 증가한다.

인수가를 향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구주 거래가격을 고려한 한온시스템의 전체 지분가치는 5조4700억원대로 책정됐다. 지분 양수도 공시 당일 한온시스템의 시총이 3조4600억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58%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러나 2015년 한온시스템 SI로 합류했을 당시 매입가와 거의 동일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당시에도 한온시스템의 지분가치는 5조4400억원 수준에 평가됐다. 현재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2015년 6월 최대주주 변경 시점 대비 하락한 상태지만 그 사이 자산 규모와 외형은 드라마틱하게 성장했다.

작년 말 한온시스템의 연결기준 자산 총액은 9조2444억원이다. 2015년 3조4594억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몸집을 키웠다. 물론 부채비율이 92%에서 269%로 높아졌지만 현금흐름도 개선된 점이 특징이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015년 5334억원에서 지난해 8757억원으로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5조원대에서 이제 10조원대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타이어 주가는 하락, 투자금 수익 전환 시기 기대=당장 시장에서 이번 딜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온시스템 인수 주체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가는 2영업일 만에 17% 가까이 떨어졌다. 조 단위 현금을 M&A에 투입하는 만큼 재무 부담 가능성이 언급된다. 작년 말 한국타이어의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2조7593억원을 나타낸다. 자체 보유 현금과 종속회사 현금을 끌어온다면 인수대금은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관전포인트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의 한온시스템 1주당 평균 매입단가다. 주가가 저점인 시점에 한온시스템 신주를 매입하면서 평균 단가는 8700원대에 형성된다.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3년 전 1만8000원대를 터치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소속 부품 계열사를 제외하면 한온시스템의 시장 지위는 견고하며 전기자동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증권 업계에서 한온시스템의 선제적 투자금이 수익으로 전환될 시기는 향후 2~3년으로 내다본다.

한앤코 역시 밸류업에 공들인 한온시스템을 투자 원금 수준에서 일부 회수하지만 반전기를 쓸 기회는 남아 있다. 경영권 지분을 넘긴 이후에도 약 23%의 지분율로 2대 주주로 남는다. 잔여 지분에 대한 처리 방법에 시장 주목도가 높은 상황이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이번 M&A로 사업 역량 강화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2030년에는 매출 30조원 규모의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 회장의 한온시스템 기업가치 증진 여부가 한앤코 투자 성과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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