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시 IRA 보조금 위험…반도체법 지원금은 안전”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의 전문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했다고 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한국을 다시 건드리지 않을 것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전망을 내놨다.
22일(현지시간) 컨설팅업체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의 파트너인 에릭 알트바흐는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대선 전망 세미나에서 “트럼프는 미국과의 양자 교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내는 국가들에 계속해서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가장 좋아하는 경제 도구인 관세”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 한국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한미 FTA 재협상을 “승리”로 묘사해왔다는 점에서 한국과 무역을 다시 문제 삼는 게 “약간 어색”은 하겠지만 FTA 때문에 한국을 상대로 다른 무역 조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는 창의적이고 유연하다”면서 “한미 간에 기존 합의가 있다는 사실이 트럼프가 그 창의력을 행사하는 것을 꼭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률사무소 덴턴스의 대관업무 담당 파트너인 존 러셀은 첫 임기 때 틱톡을 금지하려고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은 틱톡 금지법에 반대하는 사실을 거론하고서 “트럼프는 과거 행동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상공회의소의 아시아 담당 부회장 출신으로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의 선임 고문을 맡고 있는 태미 오버비는 “어느 나라도 자기가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덴턴스의 대관 담당 파트너인 샌더 루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11월 대선과 함께 치르는 총선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의 다수당이 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IRA에 명시된 청정에너지 투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이 같은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그는 반도체법과 인프라법은 폐기하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두 법안은 공화당 전원이 반대한 IRA와는 달리 상원 통과 당시 의원 100명 중 60명이 넘게 찬성하는 등 일부 공화당도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루리는 공화당이 이번 총선에서 이기더라도 60석까지는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며 반도체법과 인프라법 보조금에 대해서는 “그 돈은 꽤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