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주말에 일해도 기뻐요” 무엇이 이들의 심장에 ‘불꽃’ 터트렸나
히든 스팟
한화 글로벌부문 콘텐츠사업팀 인터뷰
서울세계불꽃축제 올해 벌써 20회 맞아
세계 유일 불꽃 사업팀...연간 200회 행사
“죽기 전 불꽃 축제 봐 감사” 할머니 사연
“유일하게 사람 모으는 화약이 바로 불꽃”
한화 글로벌부문 콘텐츠사업팀 박정호(왼쪽부터) 과장, 문범석 팀장, 윤두연 차장, 성윤수 과장, 고길남 과장이 최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불꽃은 이제 ‘흐름’이 있는 문화콘텐츠로 발전했어요. 예전에는 경축일날 단순히 ‘빵빵’ 쏘던 것에서 음악 싱크에 맞춰서 불꽃을 연출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레이저, 조명 같은 특수효과 등 멀티미디어를 활용하고 드론까지도 연계하는 ‘스토리텔링의 불꽃’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드뷔시 ‘달빛’의 감미로운 선율이 흐른다. 곧이어 여러 가지 색색의 화려한 불꽃이 까만 밤하늘을 수놓기 시작한다. ‘펑~!, 펑~!’ 커다란 불꽃이 터지는 소리에 심장도 함께 터질 듯 두근댄다. 단순 불꽃 뿐만 아니라 ‘러브 유(LOVE U)’ 등 영문과 스마일, 별, 하트 등을 다양한 모양을 불꽃으로 표현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눈 닿는 곳마다 하늘을 가득 메운 불꽃에 축제는 절정에 이른다.

많은 사람들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했던 ‘서울세계불꽃축제’의 뒤에는 한화 글로벌부문 콘텐츠사업팀이 있다. 기획과 디자인·연출에서부터 운영, 안전관리를 모두 책임지는, 말 그대로 불꽃축제의 모든 것을 담당하는 팀이다. 최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콘텐츠사업팀 문범석 팀장과 윤두연 차장, 성윤수·고길남·박정호 과장을 만났다.

축제가 열리는 시기는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10월이지만, 사업팀은 벌써 부터 눈 코 뜰 새가 없다. 특히,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서울세계불꽃축제 준비는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서울세계불꽃축제 준비에는 사업팀 모두가 투입되며, 약 1년에 걸친 기간이 소요된다. 사업팀은 ‘라이프 이즈 컬러풀(Life is Colorful)’을 콘셉트로 ‘역대급’ 행사를 준비 중이다.

문범석 팀장은 “항상 팀원들과 매년 불꽃축제를 새롭게 하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올해도 20회를 맞아서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되도록 많은 것을 ‘체인지’할 생각이다. 기대하셔도 좋다”고 자신했다.

특히,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는 매년 한국팀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타상불꽃’을 선보이는데, 올해는 터진 후 2~3가지로 색깔이 변화하거나 ‘고스트쉘(유령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효과)’ 등 다양한 불꽃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불꽃 모양과 연출 등을 디자인하는 ‘불꽃 디자이너’ 윤두연 차장은 “멀리서 보시는 분들도 한국팀의 시작을 알 수 있도록 원효대교를 기점으로 좌우 대칭 형태로 가장 높이 올라가는 타상불꽃을 쏘아올린다”며 “저희가 매년 특이한 불꽃을 보여드리고 있는데, 올해는 20회째를 맞아 오프닝과 클로징에서 보다 특이하고 예쁜 불꽃을 선보이기 위해 일본 등에서 새로운 업체를 발굴해 이번에 보여드리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팀은 현재 세부적인 스토리텔링 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6월부터는 완성된 스토리텔링에 맞는 음악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지난해는 클래식에서부터 ‘헤이마마’ 등 팝송, ‘아이엠(I AM)’ 등 K-팝,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등 주옥 같은 명곡들이 관람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윤 차장은 “서울불꽃축제는 남녀노소, 가족, 연인, 외국인 등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즐기는 만큼 (음악 선정에) 고민이 많다”며 “중간에 들어가는 내레이션, 앞뒤 곡의 분위기 등을 고려하고 불꽃연출 등을 신경 써서 음악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열린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23’의 불꽃 공연 모습 [한화 제공]

불꽃 연출은 단순히 불꽃을 터뜨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약 40분간 이어지는 한국팀의 불꽃쇼는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초반부가 화려하다던지, 서서히 분위기가 고조된다던지 하는 식이다. 연출 전략에 따라 음악도, 멀티미디어 등의 특수효과도 달라진다.

특히, 우리나라의 불꽃 연출력은 ‘압도적’이라는 설명이다. 해외팀 초청·기획, 해외 불꽃업체 발굴 등을 담당하는 박정호 과장은 “일본은 한발씩 여유 있게 불꽃을 쏜다면, 우리나라는 ‘판타스틱’한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문 팀장도 “중동이 스케일 측면에서 ‘오일머니 파워’가 느껴진다면, 연출 부분은 우리가 가장 압도적”이라고 강조했다.

불꽃 기술이 발전하면서 레이저·드론 등을 활용해 보다 다채로운 쇼를 선보이는 것도 가능해졌다. 사업팀은 지난 2022년 ‘불꽃드론’ 511대를 비행 시키면서 동시에 불꽃을 발사하는 기네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박 과장은 “저희가 불꽃드론에 대한 공동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작년엔 드론 비행이 제한된 한강에서 처음으로 불꽃드론 공연을 하는 등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고길남 과장 역시 “불꽃 뿐만 아니라 빛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등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했다.

‘오렌지 플레이’, ‘오렌지 세이프티’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스마트한 축제를 즐기도록 돕기도 한다. ‘오렌지 플레이’를 이용하면 먼 곳에서도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30분의 1초까지 정밀하게 제어되는 불꽃을 감상할 수 있다. ‘오렌지 세이프티’는 행사장의 밀집도를 측정해 알려주고, 비상시 경찰서나 소방서에 바로 출동을 요청할 수도 있다.

100만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다 보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이다. ‘오렌지 세이프티’를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당일 현장에 투입되는 안전·운영인력, 경호인력 등은 경찰을 포함하면 무려 1만여명에 달한다. 한화그룹의 임직원 봉사단 1200명도 현장 안전관리에 배치된다.

행사 운영 등을 담당하는 성윤수 과장은 “아무래도 이태원 사태 이후로 관리 인원, 장비 등 안전과 관련된 부분에 한층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예년에 비해 2~3배까지도 강화된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는 등 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고 과장도 “육상 뿐만 아니라 해상통제 역시 완벽하게 됐는지 체크한다”며 “패들보트나 요트를 띄워 불꽃에 접근하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오렌지 세이프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에서 불꽃축제를 위한 전담팀을 꾸려 사업을 하는 곳은 한화가 유일하다. 국내에 단 2명 있는 ‘불꽃 디자이너’도 모두 한화 소속이다. 해외서도 ‘불꽃’은 보통 가업을 물려받는 ‘패밀리 비즈니스’인 경우가 많은데 한화가 특이 케이스인 셈이다.

그렇다고 사업팀이 1년 내내 서울세계불꽃축제만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팀이 소화하는 전국의 크고 작은 불꽃 관련 행사는 무려 200여회에 이른다. 국내 3대 불꽃축제인 서울세계불꽃축제, 부산불꽃축제, 포항국제불빛축제 등 사업팀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행사가 없다.

당장 오는 6월1일 포항국제불빛축제에서 열리는 불꽃경연대회를 준비 중인 성 과장은 “올해는 국제축제라는 명칭에 걸맞게 해외팀과 한국팀의 경쟁을 접목한 불꽃경연대회를 준비했다”며 “관람객들이 ‘오렌지 플레이’를 통해 1등을 내 손으로 뽑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사업팀은 그룹 내에서도 경쟁률이 높은 팀 중 하나다. 다만, 불꽃 관련 이벤트, 행사는 주로 주말에 열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사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는 거리가 멀다는 현실도 명확히 했다. 그럼에도 지원자가 꾸준해 선발을 거친다고 한다. 당초 방산 쪽에서 근무하던 문 팀장 본인부터가 “불꽃을 너무 하고 싶어서 지원해 왔다”고 했다.

윤 차장은 ‘불꽃 디자이너’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주말에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끈기와 책임감, 성실성, 희생정신 같은 것이 필요하다”며 “글을 잘 쓴다던지, 컴퓨터 스킬이 좋다든지 등 강점을 가지고 입사한 다음 현장에서 많이 배우고 채워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현실적인 조언을 내놨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 만족스러움이 크다는 것도 사업팀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 과장은 “죽기 전 이런 것이 있는 줄 알게 해줘 너무 고맙다”는 여든 할머님의 감사 인사를, 문 팀장은 과거 익명의 관람객이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직접 스크랩 해 편지를 보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성 과장은 ‘강원랜드 하이원 멀티미디어 드론쇼’에서 처음 불꽃과 드론을 접목 시켰을 때를, 윤 차장은 코로나19 종식 직후 치러졌던 2022년 축제를 뿌듯한 기억으로 꼽았다. 박 과장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이런 행사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했다.

문 팀장은 “불꽃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세계적 이벤트에서부터 작은 지역축제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는다”며 “화약은 사람을 다 대피하게 만드는데, 유일하게 사람을 모으는 화약이 바로 불꽃”이라고 말했다. 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