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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도 아메리카 퍼스트” AI 시대 미국이 모든 ‘칩’ 다 삼킨다 [김민지의 칩만사!]
AI 반도체 소용돌이 중심 된 미국
빅테크 신형 AI 가속기 속속 발표
파운드리 집결에 패키징까지 흡수
[게티이미지뱅크]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역시 ‘원조 ’반도체 제국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나봅니다. AI 반도체 붐으로 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 등 반도체 전방위적 분야에서 격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그 중심 무대는 단연 미국입니다. 파운드리에서는 빅3 기업들의 신규 공장이 대거 지어지고 있고, AI 메모리를 완성하는 첨단 패키징 및 R&D 시설 투자도 활발합니다. 특히, 구글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서 엔비디아를 대체할 새로운 칩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시장은 2030년 1400억달러(약 190조원) 규모로 빠르게 커질 전망입니다. 미국은 이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늘 칩만사에서는 미국에서 쉴틈없이 벌어지고 있는 AI 반도체의 주요 분야별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자체 AI 칩 ‘우르르’ 공개…‘빅테크 제국’서 열린 AI 가속기 싸움

이번주 미국에서는 차세대 AI 가속기들이 수두룩하게 공개됐습니다. 구글, 인텔, 메타 등 전부 미국을 거점으로 두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주인공입니다.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빅테크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칩을 직접 설계하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빅테크들의 제국인 미국에서 AI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이들은 서로의 오랜 강점을 위협하며 뺏고 뺏기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인텔은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인텔 비전 2024’를 열고 ‘가우디3’를 공개했습니다. AI 학습과 추론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신형 AI 가속기로, 인텔은 이 제품이 엔비디아의 제품인 ‘H100’보다 성능과 효율은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거대언어모델(LLM)은 평균 50% 이상 빠르게 훈련시킬 수 있고 에너지 효율은 40% 뛰어난데, 가격은 더 저렴하다는 겁니다.

‘인텔 비전 2024’에서 팻 겔싱어 CEO가 ‘가우디 3’ 가속기를 소개하고 있다. [인텔 제공]

엔비디아의 H100은 최근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나면서 가격이 1개당 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중심의 AI 가속기를 대체할 만한 대안을 계속해서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AI 칩 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경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GPU=엔비디아’라는 공식을 깨기 위해 인텔, 삼성전자 등과 같은 전형적 반도체 기업이 아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도 자체 칩을 내놓고 있습니다.

MS는 지난해 11월 이미 AI용 GPU ‘마이아100’을 공개했고, 구글 클라우드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기술 콘퍼런스 ‘넥스트 2024’에서 자체 AI 전용 칩인 텐서처리장치(TPU)의 신제품 'v5p'의 정식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메타도 지난 10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세대(2세대) AI 가속기 ‘MTIA’를 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구글 로고. [헤럴드DB]

동시에 인텔 중심의 중앙처리장치(CPU) 생태계를 깨려는 움직임도 나옵니다. 구글 클라우드가 ‘넥스트 2024’에서 공개한 서버용 CPU ‘액시온’은 인텔의 ‘x86’ 설계 기반 CPU보다 성능이 50%, 에너지 효율은 60% 향상됐습니다. 올해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으로, 스냅 등 여러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엔비디아는 이미 지난해 서버용 CPU ‘그레이스’를 출시했고, MS는 지난해 클라우드용 CPU ‘코발트100’을 공개했습니다.

파운드리 빅3 공장 미국으로 집결…첨단 패키징 리더십도 ‘눈독’

미국은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의 신규 공장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비결은 수조원대의 보조금입니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을 부흥하겠다는 목표 하에 반도체지원법을 제정하고 ▷인텔에 직접보조금 85억달러·대출 지원 110억달러 ▷TSMC에 직접보조금 66억달러·저리 대출 지원 최대 50억달러를 지급합니다. 오는 15일(현지시간)에는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도 발표할 전망인데 60억~70억 달러가 유력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챈들러 소재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를 방문해 패트릭 겔싱어 CEO와 대화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인텔에 26조원 상당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

그만큼 파운드리 기업들도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인텔은 오하이오, 애리조나주 등에 435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포함해 향후 5년간 1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TSMC도 애리조나주에만 총 3개의 공장을 짓겠다며 투자 규모를 기존 400억달러에서 250억달러(33조9000억원) 늘인 650억달러(88조1000억원)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사상 최대의 외국의 직접 투자 규모입니다.

미국은 AI 반도체 시대에서 더욱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첨단 반도체 패키징 경쟁력 강화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반도체 패키징 산업 활성화를 위한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그램을 공식 시작했습니다. 2030년까지 다수의 반도체 대량 패키징 시설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전세계 패키징 생산능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3%에 불과해 38%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 비해 크게 뒤쳐집니다.

이에 발맞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미국에 첨단 패키징 시설을 대폭 확대할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 달러(약 5조 2000억원)를 투자해 인디애나주에 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시설을 짓습니다. 차세대 HBM을 포함한 여러 AI 메모리를 2028년 하반기부터 양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국에는 AI 메모리를 포함한 다양한 파운드리 고객사가 있기 때문에 이들과 근거리에서 활발하게 협업하며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또한, 첨단 패키징 관련 고급 인재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인력 수급에도 유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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