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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습 돌지만…학생은 그냥 들러리” 수업 재개 의대들 교육 ‘파행’ 여전
이달 중 전국 39개 의대 개강
실습 일부 재개에도 ‘파행’ 여전
“학생은 들러리…진료 보랴 바빠”
“복귀 학생 10명뿐, 나머지 유급 될것”
수업 재개를 앞둔 서울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실습은 같이 돌고 있지만, 학생은 그냥 따라만 다니는 들러리입니다. 진료 보느라 바빠 설명할 시간도 없어요.” 지난달 수업을 재개한 충남대 의대 소속 한 교수가 이같이 털어놨다. 본과 학생들과 함께 병원 실습을 진행하고 있지만 참여 학생은 극히 드문 상황이다. 이마저 소속 교수들이 사직 전공의들 대신 진료를 보고 있는 탓에 제대로 된 수업은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의대 증원 반발 여파로 개강을 미뤄왔던 의대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수업은 ‘파행’ 수준이다. 복귀 학생이 극히 드물어 집단유급 역시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학 교수들의 사직서 효력이 발생하는 이달 말에는 교육을 맡을 최소한의 인원마저 이탈해 여파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참여율 극히 저조”, “갈라치기 될까…복귀 인원 공개 못해”
수업 재개를 앞둔 서울 한 의과대학 의학도서관의 불이 꺼져 있다. [연합]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의대 40곳 중 39곳은 이달까지 수업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6곳은 이미 수업을 시작한 상태이며 23곳은 이달 중 순차적으로 수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나머지 1곳(순천향대)은 관련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들 대학은 대면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고, 일부는 실습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그간 수업을 듣고 싶어도 내부의 강경한 분위기 등으로 듣지 못했던 학생들이 수업 재개를 통해 복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고려대 의대 관계자는 “우선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참여 인원은 10명 남짓”이라고 했다. 고려대 의대 한 학년당 정원은 106명이다. 충북대 의대 한 관계자 역시 “이전에 유급을 받아 휴학원을 제출할 수 없는 학생들이 학년마다 있어서, 이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과 3~4학년은 주로 병원 임상 실습으로 구성돼 있으나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림대 의대 관계자는 “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병원 실습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원이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관계자는 “몇 명이 복귀했는지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 의대생들 사이 ‘갈라치기’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 대학의 경우 복귀 학생은 학년별 10명대에 그쳤다.

“코로나 때도 실습은 했는데…”
수업 재개를 앞둔 서울 한 의과대학 게시판. [연합]

코로나 확산 시기 당시 이미 의대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는 교육부 설명 역시 현재 상황과는 달랐다. 실습 수업을 단순 연기했던 코로나 시기와 달리 지금은 학생들의 참여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 의대 관계자는 “본과 1학년에서 수업을 2명만 듣고 있는데, 2명을 대상으로는 해부학 실습이 불가능해 이론 수업만 받고 있다”며 “코로나 첫 해에는 해부학을 온라인으로 먼저 들은 뒤 다음 학기부턴 마스크를 쓰고 모든 실습 수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실습을 하더라도 형식상에 그쳐, 실질적인 수업을 진행할 여력이 없다는 호소도 있다. 수업을 진행해야 할 교수들이 현재 사직 전공의를 대신해 진료 업무 등을 대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의대 관계자는 “소수이지만 팀을 꾸려 실습을 진행하고 있지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해가며 질의도 받아야 하는데 진료 보느라 그럴 여력이 도저히 없고 학생들은 쫓아만 다니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앞서 진행된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이달 말이 되면 이 인원마저 빠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이 관계자는 “아직 대학 본부에서 사직서 수리를 하고 있지 않지만, 수리된다면 이젠 학생을 교육할 의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집단유급 임박…내년 정원 4배 수업해야”
서울 한 의과대학 한 교수실에 '강의 녹화 중입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수업 재개 움직임이 무색하게 ‘집단유급’ 위험은 여전하다. 수업을 거부하겠다는 의대생들의 의지가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통상 의대는 수업 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고,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각 대학들이 보는 집단유급 마지노선 시점은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다.

집단유급이 현실화한다면 의대 교육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앞서 의대들 사이에선 내년에 급격하게 늘어나는 수업 인원을 감당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여기에 집단유급 인원까지 더해지면 수업 부실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이야기다.

오는 15일 수업을 재개할 예정인 경상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동영상 수업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정원 76명에 더해 증원된 총 정원 200명까지, 총 276명이라 현 정원의 4배 수준인데 제대로 된 교육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의대 수업 재개가 진행되는 사이 휴학 신청 인원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의대에서 유효 휴학계를 신청한 재학생은 누적 1만401명이다. 지난 9~10일 사이 24명이 더 늘어난 규모로, 이는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55.3%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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