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구상은 우크라를 압박해 러시아에 일부 영토를 내주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 끝낼 수 있다고 수차례 호언장담했다. 다만, 그간에는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었다.

WP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크림 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양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트럼프나 그의 참모들과 이 문제를 논의한 소식통들이 전했다.

그는 사석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체면을 세우고 싶어 하고, 탈출구를 원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 사는 곳이 러시아 영토의 일부가 되더라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W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통제하게 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독재 정권이 확장된다며 트럼프 지지자 중 일부는 이런 결과에 반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설득하려고 해왔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나는 내 시간의 100%를 트럼프와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썼다"며 "푸틴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가 이 전쟁 끝에 이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도 트럼프의 '묘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 어느 영토도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한 피오나 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위원은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러시아를 위협으로 여기는 유럽의 동맹들도 반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힐 선임위원은 "트럼프의 팀은 이것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만의 개별적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들은 유럽 안보와 세계 질서의 전반적 미래와 연관된 문제가 아니라 영토 분쟁으로 여기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상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 내도록 무기를 지원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과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이기도 하다.

트럼프 캠프의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성명에서 WP 보도를 놓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또는 일어날지 전혀 모르는 익명의 무지한 소식통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추측하고 있다"며 "오직 트럼프 대통령만이 전쟁을 끝내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해 꽤 영리하다고 칭찬하는 등 그에 대해 호의적 평가를 한 바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끊는 극약처방까지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되면 우크라이나에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