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노후신도시 다양화방안 검토

총량 현금 산정하고 민간분양으로

조합·시행 사업성 ↑·필요시설 투입

1기신도시 재건축 기부채납 현금 허용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에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상섭 기자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는 공공기여가 다양화된다. 임대주택, 토지뿐만 아니라 분양주택, 기반시설, 현금 등을 통한 공공기여가 허용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조합·시행자는 사업성을 높이고, 공공은 필요 시설에 선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노후계획도시의 원활한 정비사업을 위해 사업성 개선을 위한 공공기여 다양화 방안이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을 현재 수립 중인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방침’에 담기 위해 노후계획도시 공공기여금 산정·운영을 위한 연구용역을 준비 중이다.

핵심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특별정비구역 내 증가한 용적률을 연면적으로 전환하고 늘어난 연면적에 대한 감정평가를 통해 받는 공공기여를 현금 총액을 산정하는 것이다.

산정된 공공기여금 총액의 범위에서는 기부채납을 다양한 방식으로 할 수 있다. 토지, 임대주택 외에도 분양주택, 기반시설, 생활 SOC, 현금 등을 허용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기여를 반드시 임대주택이나 토지가 아니라 현금 등으로 납부할 수 있게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를 ‘공공기여금의 유동화’라고 말한다. 국내 최초로 일종의 조세담보금융(Tax Increment Financing, TIF)과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는 격이란 설명이다. 도시정비차원 제도의 일종인 TIF는 지자체가 미래에 증가할 조세수입을 담보로 채권(지방채)을 발행해,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공공기여 다양화 구상은 시행자 입장에선 반드시 임대주택을 내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된다. 특히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는 대부분 평균 용적률이 200%를 넘어, 특별법에 따라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용적률을 높이더라도 각 지자체의 기준용적률을 넘기면 높은 수준의 공공기여를 내야 해 사업성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특히 기존에는 늘어난 용적률 만큼을 주로 공공주택 등의 기부채납으로 내야 했다.

이런 가운데 공공기여 총량을 현금으로 산정하게 되면, 조합·사업 시행자 입장에선 임대주택 물량을 민간분양주택으로 돌려 차익을 남길 수 있게 된다. 임대주택 조성원가 수준만 공공에 현금으로 내고, 민간 주택으로 분양할 수 있단 것이다. 그간 정비업계에서는 정비사업 임대주택 매각 가격은 표준건축비로 산정돼, 사업성 악화로 정비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민간분양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건설원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해, 표준건축비보다 훨씬 높다.

현금으로 낸 공공기여금은 공공주택뿐만 아니라 신도시에 필요한 기반시설, 교통시설 등에 유연하게 투입할 수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후계획도시) 정비가 끝나면 교통도 증가하고 상하수도 확충도 필요한데, 공공기여금을 미리 산정해 장래에 받을 세수를 기반으로 기반시설 선투자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후계획도시 내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공공주택 기부채납 위주의 공공기여에서 벗어나면, ‘소셜믹스’(분양주택과 임대가구 간 구분을 없앤 혼합주택단지)를 택하지 않을 수 있단 점도 관심을 모은다. 서울시에서는 2021년 10월부터 모든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 임대주택 소셜믹스가 의무화됐다.

이상영 명지대 미래융합대학 학장은 “입주민들이 소셜믹스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따른 갈등을 예상해 공공기여 형태를 바꾸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임대주택이 아니더라도 공공기여금을 회수해 공공의 목적에 맞게 쓰겠다고 하면, 사업 촉진 동기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