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넷플릭스 공상과학(SF) 드라마 '삼체'의 인기에 이를 영화화하려던 중국 억만장자의 4년 전 독살사건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게임회사 유주게임즈의 린치(林奇) 대표가 2020년 12월 25일 당시 39세 나이로 사망했다.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을 제작한 그는 사망 전인 그해 3월 자산이 80억위안(약 1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중국판 포브스' 후룬에 의해 '2020년 전 세계 자수성가 청년 부호' 43위에 올랐다. 중국에서는 '바링허우'(80년대생) 기업가의 대표 주자로 꼽혔다.
생전 그는 특히 2015년 아시아 최초로 'SF의 노벨문학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받은 중국 작가 류츠신의 '삼체'(원제 '지구의 과거')에 큰 관심을 가졌다.
삼체를 SF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실제로 거액을 들여 '삼체' 판권을 샀고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각색한 데이비드 베니오프 및 대니얼 브랫 와이스, 그리고 넷플릭스와 접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운명은 '삼체' 저작권을 보유한 유주게임즈의 자회사 삼체우주 대표로 2017년 쉬야오(43) 변호사를 영입한 뒤 극적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에는 좋았으나 린 대표가 쉬 변호사를 실적 부진으로 직위를 낮추고 봉급도 깎으면서 틀어졌다.
이때부터 쉬 변호사는 린 대표를 독살할 계획을 품게 됐다.
홍콩 봉황TV가 "살해 음모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기괴하다"고 평가할 만큼 준비는 치밀했다.
쉬 변호사는 상하이 외곽에 연구실을 차려놓고 다크웹에서 구매한 독약 수백 종을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폐암 3기의 고교 화학 교사가 마약을 제조해 범죄의 세계에 뛰어든다는 줄거리의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 매료되고 영감도 받았다고 한다.
쉬 변호사는 2020년 9월∼12월 독극물이 든 커피와 위스키, 식수를 집중적으로 사무실에 반입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있다.
사망 열흘 전에는 린 대표에게 유산균이라며 알약도 건넸다.
경찰은 2020년 12월 18일 쉬 변호사를 용의자로 체포했고 상하이 법원은 지난달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체포 당시 그는 어떤 독극물을 썼는지 끝내 밝히지 않아 의사는 린 대표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
지난달 21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미국 드라마 '삼체'는 400년 후로 예정된 외계인의 침공과 이를 막기 위한 과학자들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시청률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이날 기준 TV 부문 1위에 올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