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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T 출신 ‘천재 코인왕'의 몰락…억만장자는 왜 사기꾼이 됐나
FTX 세운 샘 뱅크먼프리드
엘리트·해외 도피 ‘미국판 권도형’
가상자산 폭락후 사기꾼으로 전락
"25년형, 장난하나" 피해자들은 분통
지난해 FTX의 전 최고경영자이자 설립자인 샘 뱅크먼프리드가 뉴욕에서 보석 심리를 마친 후 연방법원에 도착했다.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지난 28일(현지시간) 징역 25년을 선고 받은 샘 뱅크먼프리드는 한 때 ‘천재 코인왕’으로 불릴만큼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가 세운 FTX가 파산을 맞으면서 80억 달러(약 10조 7000억원) 사기꾼이 됐다. 뱅크먼프리드 사건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도 연관 있어 향후 권도형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거란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뉴욕타임즈(NYT) 등에 따르면 미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루이스 A, 캐플런 판사는 이날 뱅크먼프리드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그의 재산 110억 2000만 달러(약 15조 원)은 몰수 명령을 내려져 피해자 보상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카플란 판사는 "이 사람이 미래에 매우 나쁜 일을 할 위치에 있을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그것은 결코 사소한 위험이 아니다"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35조 재벌이었던 괴짜 사업자
지난해 FTX의 전 최고경영자이자 설립자인 샘 뱅크먼프리드가 뉴욕에서 보석 심리를 마친 후 연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AFP]

1992년생인 뱅크먼프리드는 FTX의 창업자로 유명한 억만장자였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 진학한 그는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해 두각을 보였다. 이후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회사 '제인 스트리트'에서 인턴으로 있으며 금융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2017년 그는 암호화폐 가격이 국가마다 다른 점을 파악해 차익 거래에 나섰다. 차익 거래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알라메다 리서치'를 설립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성공적이었고, 첫 회사도 순탄하게 운영됐다.

2019년에는 본격적인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FTX를 세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상자산 열풍이 불자 FTX 가치는 250억달러로 치솟았다. 그의 자산도 260억달러(약 35조원)로 추산돼 포브스 억만장자 목록에 올랐다.

2022년, FTX는 위기를 맞게 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폭락하면서 코인 투자자들이 예치금 인출에 나섰고, FTX도 유동성 위기에 빠져 무너졌다. 당시 FTX가 고객에게 돌려주지 못한 자금 규모는 8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 돈의 대부분은 FTX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의 부채를 갚는 데 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해 11월 FTX는 미국에 파산 신청을 했다. 뱅크먼프리드는 그 다음달인 12월 바하마에서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엘리트·해외 도피·무죄 주장…‘미국판 권도형’
지난 26일(현지시간)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외국인 수용소로 이송돼고 있다. [로이터]

뱅크먼프리드는 국내에서 ‘미국판 권도형’이라 소개될만큼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비슷한 점이 많다. 먼저 두 사람은 해외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송환 결정이 내려졌다. 뱅크먼프리드은 미국이 아닌 바하마에서 체포됐고, 한 달 뒤에 미국으로 송환됐다. 권도형 테라도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송환결정이 내려졌다. 다만 몬테네그로 법원으로 번복으로 현재 한국과 미국 가운데 권씨의 송환국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엘리트 출신의 사업가였다가 몰락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뱅크먼프리드는 전형적인 청년 사업가보다는 MIT를 졸업한 '괴짜 천재'에 가까웠다. 그는 부스스한 머리,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 등으로 화제를 모았고, 2021년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 400대 부자 순위에서 그는 최연소이자 유일한 20대로 32위에 올랐다. 권도형도 스탠퍼드대학을 졸업해 테라폼랩스를 세우며 2019년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으로 꼽혔다.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당초 뱅크먼프리드에게 선고될 수 있는 법정 최고 형량은 징역 110년 형이었으며, 연방 보호관찰관은 징역 100년형을 권고한 바 있다.

그는 FTX의 고객 자금을 빼돌려 빚 상환에 쓰고, 고객 자금으로 바하마의 호화 부동산을 산 혐의를 받고 있었다. 정치인들에게 최소 1억 달러(약 1312억원)의 돈을 뿌리는 등 정치 후원금을 불법으로 제공한 혐의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맨해튼에 있는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기소 인정 여부 절차에서 그는 유죄 인정을 거부했다.

지난달 뉴욕주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열린 민사 재판에서 권씨 측 변호인도 권씨의 혐의를 부인했다. 권씨의 변호사 데이비드 패튼은 "권씨는 누구에게도 사기를 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창립한 회사와 자신이 한 말을 모두 믿었다"며 "실패가 사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권씨와 테라폼랩스 측이 암호화폐 폭락을 막으려다 수십억 달러를 잃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5년형, 장난하나" 피해자들은 분통
2022년 바하마에서 체포된 FTX 창립자 샘 뱅크먼프리드 [AFP]

뱅크먼프리드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권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이 나온다. NYT는 "그가 받은 형량은 미국에서 근래 화이트칼라 범죄자에게 부과된 형량 중 가장 긴 사례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2008년 금융위기 때 악명 높은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를 주도한 버나드 메이도프는 2009년 징역 150년 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70대였던 그는 교도소에서 12년 복역 후 8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는 2022년 사기와 공모 등 4건의 혐의가 유죄로 평결된 뒤 징역 11년 3개월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피해자들에게는 여전히 부족한 처벌이다. FTX에 투자했던 피해자 브루노 딕슨은 뱅크먼프리드가 25년 징역형 선고를 받자 텔레그램 메세지로 "25년형, 장난하냐"고 썼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른 피해자 스티븐도 "이런 심각한 범죄에 비해 우스꽝스러운 형벌이다"고 말했다. FTX 피해자들은 "FTX 파산 이후 자살 충동을 느꼈다", "정의가 그에게 삶과 비디오게임의 차이를 가르쳐주길 바란다"는 등 내용의 편지 수백 통을 검찰에 보냈다고 NYT는 전했다. 반면 뱅크먼프리드 측은 예상보다 무거운 형벌에 항소할 방침이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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