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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美 인텔에 26조원 파격지원...K반도체 입지 더 좁아질 판

미국판 ‘반도체 굴기’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업체인 인텔에 반도체법상 최대 규모인 195억 달러(약 26조원)를 지원키로 했다. 85억 달러(약 11조4000억원)의 보조금 제공과 110억 달러(약 14조8000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이 포함됐다. 이는 삼성전자가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조금 60억 달러의 3배가 넘고, 대만 TSMC 50억 달러의 4배에 이른다. 천문학적 보조금을 받게 된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는 “오늘은 미국과 인텔이 반도체 제조 혁신의 위대한 장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결정적 순간”이라고 화답했다. 인텔의 애리조나주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건설 현장을 찾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는 본래 미국의 발명품이다, 우리는 40년 만에 첨단 반도체 제조업을 이곳 미국에서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미국이 인텔에 대해 당초 예상의 2배에 이르는 지원책을 발표한 것은 미국을 ‘첨단 반도체의 산실’로 만들겠다는 야심 때문이다. 인텔은 미국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TSMC·삼성전자와 2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이하 초미세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겨룰 만한 기술을 갖췄다. 인텔은 올해 말 1.8나노 공정,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 양산이라는 계획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TSMC에 이어 글로벌 파운드리 2위 기업이 되겠다는 구체적 로드맵까지 세웠다. 미국 정부 역시 인텔을 중심으로 현재 10%가 안되는 미국의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늘린다는 목표다. 미국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인텔의 파운드리를 사용하도록 적극 장려하며 직접 인텔의 수주 물량까지 챙기고 있다. 여기에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부문에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SK하이닉스,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다.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K반도체가 수십년 공들인 위상이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전쟁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전통적 분업 질서에 조종을 울리고 있다. 설계의 미국, 메모리의 한국, 제조의 대만, 장비의 일본·유럽 분업 구조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뿐 아니라 일본 정부도 반도체 제조 부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TSMC에 4조원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최근 완공한 구마모토 공장을 파운드리 주력으로 삼았다. 중국도 가만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터다. 유럽도 보조금 지원에 참전할 태세다. 반도체판 ‘제3차 세계대전’을 방불케 한다.

반도체 전쟁이 국가대항전이 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홀로 뛰도록 놔둬서는 안된다. 정부와 국회가 이제라도 보조금을 비롯한 실질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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