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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마이너스금리 종료에도 中·印에 밀린다” [전 BOJ 위원 인터뷰]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연구소 수석 연구원
금리 올려도 성장률 ↓...동력 없어
일본 재정수지도 개선 어려울듯
내년 초 0.3% 추가 인상 전망
‘엔화 정상화’ 완만하면 소비 진작
급격한 엔고시 경제 악영향 줄듯
일본 최대 싱크탱크인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 . [노무라종합연구소 제공]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해도 일본의 성장 동력은 약하다. 일본은 2026년께 인도에 밀리고, 이후에도 중국과 인도를 다시 앞지르기 힘들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했던 일본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섰다. 그동안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대대적인 돈풀기를 중지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오랜 불황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부활의 길에 접어든 것일까. 기우치 다카히데(木內登英)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일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현재 일본 경제가 강해 보이는 건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해도 성장 동력이 달린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을 대표하는 거시경제 전문가다. 그는 2012년부터 5년 간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에서 통화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정책 심의위원을 지냈다.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된 2016년 1월 금융정책회의에서는 그는 반대표를 행사했다. 당시 마이너스 금리는 찬성 5표, 반대 4표로 아슬아슬하게 결정됐다. 현재 그는 일본 최대 싱크탱크인 노무라종합연구소를 대표하는 수석 연구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9일 도쿄 일본은행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일본은행은 2007년 2월 이후 약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했다. [연합]
일본 경제 아직 갈 길 멀다… “기업 성장 가능성 높여야”

마이너스 금리는 끝났지만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라고 기우치 연구원은 꼬집었다. 그는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경제가 회복 국면이라 보기 어렵고, 국가 경제를 이끌 산업도 아직은 부족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은 0.3%로 낮아질 전망”며 “일본 경제가 긍정적이었던 건 2023년 상반기 뿐이며 그마저도 외국인 여행객이 늘면서 일본 내 소비가 늘어난 ‘인바운드 수요’”라며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잠재성장률은 1% 미만으로 변화가 없다”면서 “일본 경제에 활기를 주려면 설비 투자를 늘리고, 노동 생산성을 개선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경제는 2026년까지 인도에 추월 당하고 이미 따라잡힌 중국을 뒤집기도 힘들 것이라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설비 투자를 재촉해, 노동 생산성 상승률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분야에서 성과가 난다면 독일 정도는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독일에 역전 당해 세계 4위로 밀려났다.

또 마이너스 금리 종료는 정책 대전환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이긴 하나 일본 시민들에게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최근 자신의 칼럼에서도 기우치는 “일본 금융정책의 정상화가 일본 경제나 국민 생활을 크게 바꾸진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다만 당분간 금융시장이 동요될 요소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일본은행에 대한 역풍도 계속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일본은행은 이번에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금융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정책도 일괄 종료했다. 수익률곡선통제(YCC)를 철폐했고, 주가지수펀드(ETF), 부동산투자신탁(REITs) 매입도 중단했다. 그동안 일본은행의 부담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은 제도들이다.

이 중 일본 기업 주식을 사들여 일본 증시를 일으킨 ETF 매입 중단은 일본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현재까지 매입한 ETF는 주가 상승을 포함한 시가로 71조엔(약 629조 3000만원)에 달한다. 기우치는 “그동안 ETF를 매입했던 일본은행이 밸런스시트(보유자산)를 줄일 것”이라며 “2025년 후반부터 시작해 10년 동안 서서히 진행할 듯 하다”고 전망했다.

엔화 상승세로 돌아설것...급격한 상승은 경제에 악영향

기우치 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 종료 후 일본 경제가 ▷미국 금리 결정 후 일본 금리 인상(적어도 6월 이후) ▷엔화 상승 (올해 하반기) ▷일본 재정 수지 흑자화 (2026년 이후) 순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행이 전환 속도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보는 것이다. 그는 당분간 추가로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은행은 올해 미국이 금리를 내린 뒤 숨고르기를 하는 타이밍에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가 금리 인하를 실시하는 가운데 (이와 정반대로)일본은행이 정책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으면 미국과의 금리 차는 5%포인트 안팎을 유지하게 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향후 금리에 대해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시장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우치 연구원은 “추가 금리 인상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경제 안팎 상황이 금리 인상의 장해물”이라며 시간을 가진 뒤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추가로 0.3%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가 움직이면서 ‘엔저(低) 시대’도 서서히 막을 내릴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엔/달러 환율은 20일 기준 151엔대로 17년 만의 금리 인상에도 엔화 약세를 이어갔지만 기우치는 “올해 연말에는 1달러 135엔 정도까지 엔고 현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엔화가 완만하게 상승하면 주가는 하락해도, 물가상승률이 줄어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예상보다 엔화가 빠르게 오르면 주가의 급락, 수출 기업의 수익 악화로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30년 연속 적자인 일본 재정수지는 당분간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기우치는 전망했다. 그는 금리인상으로 흑자 전환이 어렵다며 “정부가 내년까지 재정수지를 흑자화한다는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올해 안에 달성 시기를 미룰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엔/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일본은행(BOJ)은 전날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연합]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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