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적 통제도 한층 강화될 전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전하는 대선에서 극적인 반전은 없다.” (AP통신)
“러시아 대선 자체는 선거 이후 펼쳐질 상황만큼 중요하지 않다.” (브린 로젠펠드 코넬대 교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5선에 도전하는 러시아 대선이 15일(현지시간) 사흘간 진행된다. 이번 선거는 푸틴 대통령의 집권 기간을 30년까지 연장하는 ‘21세기판 차르(황제) 대관식’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AP통신은 연임 이후 펼쳐질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 보도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오데사 일대에 주택들이 파손된 모습. [AFP] |
러시아 대선 이후 장기전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가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대표적으로 지목된다. 전쟁 기간 동안 러시아가 서방의 제제에도 자생에 성공한 것과 더불어 격전지 아우디이우카를 점령하는 등 전쟁에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에서 이 같은 시나리오는 더욱 힘이 실린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선임 연구원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전쟁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은 푸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뿐이라고 계속 주장하게 만들 것 같다”며 “이는 곧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가 강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추가 징집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랜드연구소의 브라이언 마이클 젠킨스 선임고문은 AP에 “러시아 지도자들은 이제 ‘러시아 사회 전체를 국가 방위를 이유로 통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러시아 지도부 역시 전쟁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더 많은 자원이 동원돼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전쟁을 위한 준비에 돌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하버드대 데이비스 러시아·유라시아연구센터의 알렉산드라 바크루 전무는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 방위체제 5조에 대한 시험에 돌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약 5조는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필요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한다. 동유럽으로의 진격을 꿈꾸는 러시아에 대한 공동 대응인 셈이다.
바크루 전무는 “푸틴이 다른 국가들보다 물리적이나 군사적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단 나토 동맹국들이 더 약해지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나토 동맹국들이 그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단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 나토의 5조를 시험할 상황을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기념비에서 경찰이 알렉세이 나발니를 기리기 위해 꽃을 피우려던 한 남성을 연행하고 있다. [AP] |
푸틴 대통령의 새로운 임기 동안 정권을 반대하는 세력들에 대한 더 많은 억압적인 조치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스타노바야 연구원은 푸틴 스스로 대내적인 통제를 추진하긴 보단 러시아 수뇌부들이 그의 입맛에 맞춰 이 같은 조치들을 실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16일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달 1일 장례식엔 수천명이 모여 ‘푸틴 없는 러시아’ 등을 외쳤으나 조직적인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지 못했다. 같은 달 12일 나발니의 최측근 레오니드 볼코프가 리투아니아에서 습격당하는 등 반체제 인사에 대한 위협도 여전하다.
스타노바야 연구원은 ”많은 이들이 정권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러시아 정부가 최근 몇 년간 ‘전통적 가족 가치 수호’를 강조하며 러시아 내 성소수자 운동을 압박해온 것이 대표적인 통제 사례라고 AP는 전했다. 러시아는 정부는 지난해 “서방이 전통적인 성 관념 및 가족 가치를 깨고 동성애를 강요하고 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을 강화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공식 문서와 공공 기록상 성별 변경은 물론 성전환을 위한 의료적 개입을 불허하는 내용의 법에 서명하기도 했다.
벤 노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러시아 정치학 부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연임하면 성소수자 공동체가 추가적인 억압에 직면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